▲"새로운 사회질서나 산업계 질서를 준비하고 만드는 곳이 방통위라고 생각하는데 당장 맡은 현안에 허덕대고 여유가 없다"
권우성
최시중 전 위원장이 '방통대군'이라 불린 이명박 정부 시절에 비하면 방통위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옛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방송통신 진흥 업무가 분리된 뒤 방통위 권한과 규모도 반토막 났다.
- 방통위의 위상과 역할이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보나?
"밖에서 보면 방통위가 방송, 통신, 인터넷을 담당해 큰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봤을 땐 지금 방송통신시장 상황과 시대적, 국민적 요구에 충실히 부응할 정도로 위원회 기능과 조직, 예산이 확보된 건 아니다. 미디어는 지상파, 케이블 방송에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인터넷 매체로 힘이 중심이동을 하고 있고, 통신도 이동통신에서 인터넷, 5G가 도입되며 초연결사회로 진입했다. 새로운 사회질서나 산업계 질서를 준비하고 만드는 곳이 방통위라고 생각하는데 당장 맡은 현안에 허덕대고 여유가 없다. 중장기 정책을 짤 싱크탱크인 국책연구기관도 없어 자체적으로 중장기적 비전을 설정하고 구체화할 역량이 취약하다."
- 그런 업무는 과기정통부로 넘어간 게 아닌가.
"그곳은 진흥이란 관점에서 하고 있고 방통위는 사업자 간 공정 경쟁 문제, 이용자 보호 문제가 크다. 최근 '통신분쟁조정위원회'가 출범해 한 달 3천 건 이상 신청이 들어오는데 전담할 상설 조직이 없다. 방송도 중요하지만 통신 이용자들에게 행정 편의를 제공하고 이용자 보호와 권리 증진하는 업무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년도 조직 수요 조사에서 1순위로 통신분쟁조정과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방통위 위상과 권한은 1/4 정도 수준이다. 반토막도 아니다."
"수신료 올리자던 야당 입장 바꿔, 방송법 개정안 통과시켜야"
- 3기는 야당 쪽 위원으로, 4기는 정부 쪽 위원으로 활동했다. 입장이 바뀌면서 KBS 수신료 인상 문제나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 등에서 역지사지하는 계기도 있었을 것 같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 영향력은 인사권과 예산과 관련된 수신료 결정 권한인데, 여야 입장이 다른 건 사실이다. 특정 야당(자유한국당)은 여당 때 수신료 올리자고 했다가 지금은 반대하고 이사 문제도 여당일 때는 절대 할 수 없다고 하다가, 지금은 정부에서 이사 숫자를 양보하라고 한다. 나도 정부여당 쪽 상임위원으로 입장이 바뀌어 스탠스 정하기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웃음)
그래도 4기 방통위에선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편성,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핵심적 이슈였고 (민주당이) 야당일 때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국민추천이사제를 도입해 정부여당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사 숫자를 줄이고 사장 선임 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제도화해 정부의 기득권 일정 정도 내려놓고,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을 법안에 담아, 공영방송을 국민과 구성원에게 돌려주자는 애초 생각을 여당이 돼서도 바꾸지 않았다."
- 방송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방통위는 2017년 말에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출범시켜 지난해까지 1년 동안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 문제, 방송의 독립과 편성의 자율성 확보 방안, 재원 문제까지 논의해 국회에 제안했다. 그런데 국회 상황 때문에 지금까지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성과 없이 여기까지 왔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여야가 머리를 맞대 해법을 도출하면 좋겠다. 내부적 경영혁신은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해야겠지만 법과 제도 미비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부분은 국회가 법과 제도 바꾸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방통위도 계속 국회에 부탁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야가 정치적 상황 때문에 방송정책 관련 사안까지도 논의 테이블에서 내린 건 아쉽다."
"언론사 스스로 신뢰도 위기 극복해야 비대칭규제 개선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