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헌고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지원청이 벌인 설문용 용지.
윤근혁
일부 보수언론과 일부 학생, 우익단체가 서울 인헌고의 '나라사랑' 마라톤대회를 놓고 반일파시즘교육이라고 연일 비난하고 나섰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강제로 반일구호가 적힌 띠를 만들도록 하고, 강제로 반일구호를 외치게 했다는 것.
하지만 정작 이 학교 학생들 대부분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교육청 설문조사 결과 밝혀졌다.
'반일교육'이 정치편향교육? "교육과정에 '애국교육' 나와 있어"
24일 <오마이뉴스>는 서울시동작관악교육지원청이 이 학교 1~3학년 전체 학생 5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실확인 설문조사' 결과를 취재를 통해 확인했다. 하루 전인 23일 벌인 이 설문의 용지엔 "언론 등에 보도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라고 적혀 있다. 지난 17일 진행된 이 학교 마라톤대회 등에 대해 친일파시즘교육, 정치편향교육이라는 공세가 이어지자 이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듣기 위한 것이다.
이 설문 결과 '반일구호 강요' 주장이 나온 마라톤대회에 대해 '반일파시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학생은 매우 소수였다. 대부분의 학생은 이 대회가 '교육활동' 또는 '애국활동'이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학교활동의 지침이 되는 '국가교육과정(도덕)'은 "한국인으로서 갖추고 있어야 하는 인성의 기본 요소를 핵심가치로 설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서 "정의로운 국가의 조건을 이해하고 애국심을 길러서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을 성취기준으로 명시하고 있다.
나승표 인헌고 교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준비한 교내 마라톤대회에서 쓰인 띠는 학급별로 한일관계를 반영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면서 "이것은 애국심을 기르도록 한 도덕 교육과정과 학교 교육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이지,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정치행위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설문지 문항 중에는 교사들의 수업 중 편향 발언을 묻는 항목도 있었다. 교육지원청에서 설문지를 확인한 결과 일부 교사가 '일베'와 '가짜뉴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는 답변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도 거짓말하는데 나를 왜 거짓말한다고 하느냐"고 반항하는 학생과 수업 중에 따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런 교사의 말이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해당 학생과 해당 학급 학생들에게 정식 사과했고, 해당 학생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학생수호연합 아이 말이 과장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