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방송된 MBC <100분토론>의 한 장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지난 대통령선거 TV토론 때,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버르장머리 없이"라고 한 말에 대해 "막말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객지에서 10살은 맞먹는 것"이라고 답하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MBC
지난 22일 MBC <100분토론>의 '20주년 특집 생방송'은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홍준표 전 대표와 유시민 이사장의 맞대결이라는 데도 관심이 모였고, '공정과 개혁을 말한다'라는 주제도 시의성이 있었다. 이날 <100분토론>은 오후 9시부터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정규방송이 끝난 후에는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약 40여 분 간 '끝장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 시청률은 1부 6.6%, 2부 9.6%(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같은 날 동시간대에 중계된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시청률(7.6%)보다도 높았다. 유튜브 라이브는 동시 접속자가 18만 여 명에 이르렀다. 네이버·다음과 같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도 관련 키워드들이 다수 올라오는 등 화제성도 높았다.
언론도 토론회를 주목했다. 이날 토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2020 예산안 시정연설, 조국 전 장관 사태, 검찰개혁, 입시제도 등 여러 주제를 다뤘다. 이 과정에서 유시민 이사장의 차기 대선 주자 출마 여부가 주목받기도 했고, 홍준표 전 대표의 "나대다가 칼 맞는다" 등 새 어록이 탄생하기도 했다.
또한 홍 전 대표의 "사내" "각시" 발언에 청년토론패널 중 한 명이었던 신지예 녹색당 공동위원장이 "성인지감수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가 이에 사과했고, 해당 발언 역시 다수 언론에 의해 기사화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에서 새로운 '팩트'는 없었다. 두 사람이 공방에서 사용한 논리도 각 진영에서 이미 여러차례 제기되었던 내용들이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토론이 흥미로웠던 건, 두 사람만의 독특한 '케미'였다.
홍 전 대표는 시종일관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공격에 나섰다. 그가 조국 전 장관 가족을 향해 "가족범죄단"이라고 반복해 지칭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함께 거론할 때는 유 이사장의 표정이 잠시 굳었지만, "조금 감정이 생기려고 한다"라는 말과 함께 슬며시 넘어갔다. 유 이사장은 현장 방청객으로부터 받은 질문에 "비판을 하려면 정확하게 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라거나 "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지 않는다"라며 '까칠'하게 굴기는 했지만, 정작 홍 전 대표에게는 날을 세우지 않았다. 외려 "홍 전 대표가 외로워서 그런다"라는 등 적절하게 농담을 섞어가며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홍 전 대표가 선을 넘나들며 날카로운 말을 쏟아내면, 유 이사장이 적당히 수습하면서 에둘러 그를 어르고 달랬다. 그런 와중에 '어용 지식인'으로서 해야 할 말을 한마디씩 던지며 홍 전 대표의 공격에 응수했다.
한 마리 맹수와 조련사 사이에 주고받는 말들의 향연이, 정치적으로 새로운 의제를 던지거나, 현 시국에 무게감 있는 대안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시의성 있는 정치·사회적 이슈를 각 진영이 어떻게 이해하고 판단하는지를 정색하기보다는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재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방청객들도 유 이사장과 함께 '빵' 터지며 박장대소 하는 장면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조국 장관과 같은 아류들... 특권·기득권·반칙"
그러나 이런 웃음들 사이에서, 언론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TV 중계 토론이 모두 끝나고 유튜브 라이브로 토론이 이어지던 때였다.
사회를 맡은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여론계량분석센터 센터장은 실시간 시청자 질문을 골라서 홍준표 전 대표에게 전했다. 김 센터장은 "상당한 여당 이탈층이 있었다,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 혹은 중도층이 이반 현상을 보였다"라면서 "이게 또 한국당으로 옮겨가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이 올라왔다"라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왜 그런가 하면, 조국 장관과 같은 아류들 아니냐"라면서 "특권·기득권·반칙 똑같은 모습으로 오버랩이 되기 때문에 안 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나도 돌아다니면서 우리당 지지 안 하는 사람들 만나서 물어본다"라며 "'왜 (여당이) 이런데 야당 지지 안 하느냐'(라고 물어보면) '너희 똑같은 놈들 아니냐'(라고 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유 이사장이 그때 "제가 대신 말씀드리겠다"라면서 "홍 전 대표는 (이 말) 하면 안 된다"라고 끼어들었다. 그는 "조국 전 장관 딸이 엄마 찬스를 썼다고 해서 엄청 지금 비난했는데, 나경원 원내대표도 엄마 찬스를 엄청 썼단 말이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나경원 원내대표 자녀들과 관련 대학교 입시·포스터(논문) 공저자 등재·서울대 실험실 사용·스페셜올림픽코리아 이사직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황을 설명한 발언이었다.
홍 전 대표가 "그건 내가 한 말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자 유 이사장은 "맞다, 내가 한 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유 이사장은 "'조국 싫어' 하고 이쪽으로 가다보면 '나경원 싫어' 하고 다시 돌아오는 거다, 중간으로"라는 게 중도층의 표심이라고 설명했다. "또 뭐 여러 가지 있죠?"라고 유 이사장이 물음표를 던지자 홍 전 대표는 "나는, 뭐, 말, 뭐" 하며 얼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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