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각한 짓과 형석
한유사랑
단순한 일이 아닌 것 같다. 나는 멈춰 섰다. 짓이 먼저 도착해 상황을 알려줬다. 넘어지면서 무릎을 다친 것 같은데 걷기 매우 어려운 상황인 듯하다며 걱정스럽게 말하는 짓을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절뚝거리며 다가오는 형석이의 낯빛이 흐리다.
"누나 괜찮아요. 걸을 수 있어요."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 내게 형석이가 씩씩하게 말했다. 워낙 씩씩한 친구니까 걸을 수 있을까 싶어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형석이는 또 넘어졌다. 형석이가 균형을 잃고 넘어진 곳은 평지였다.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
"헬기나 말을 불러야 할 거 같아."
짓이 말했다. 하지만 형석이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누나가 뒤에서 갈게."
"아니에요 누나. 제가 보일 수 있게만 좀 천천히 가주세요. 제가 따라갈게요. 할 수 있어요."
형석이를 뒤로 하고 천천히 걸었다. 앞장 서는 짓에게 천천히 가야 할 거 같다 말했다. 짓은 어깨를 으쓱이며 걸어갔다. 형석이를 돌아보며 속도를 맞추는데 짓이 저만치에 앞섰다.
저 아저씨 왜 이렇게 빨리 가지 싶어 짓을 불렀다. 짓은 들리지 않는 듯 더 속력을 냈다. 3개의 언덕을 남겨두고 짓은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런... 어떻게 가라는 건가. 아무리 GPS가 있다지만 어느 동네인지 어느 롯지인지 모르는데 부상자를 두고 먼저 가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았다.
"찌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잇!"
나는 목소리가 크다. 평소 때 목소리가 큰 편은 아니지만 필요한 상황이다 싶으면 목소리가 무한정 커진다. 단전에 힘을 빡! 주고 복식으로 소리를 질렀다.
"누나 화내지 마세요. 저 괜찮아요."
형석이는 괜찮다고 했지만 얼굴색과 표정은 아니었다. 짓은 우리 가이드가 아닌가. 나는 당낙이 떠나가도록 꽥꽥 소리를 지르며 짓을 불렀다. 하지만 짓은 보이지 않았다. 분이 올라와 한참을 더 소리 지르며 형석이와 걸었다. GPS를 보고 겨우 찾아간 마을 어귀에서 눕다시피 앉아 기다리고 있는 짓을 보니 너무 서운했다.
형석이와 나는 여태껏 모든 것을 짓과 함께 나눴다. 음식도 간식도 물도 쉼도 늘 짓과 함께했다. 선물도 하고 서로 친구처럼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짓 먼저 가면 어떡해. 형석이 다쳤잖아!"
친하지 않은 사이라도 아픈 사람을 이렇게 두고 가진 않겠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넘어가려고 하는 짓을 보니 더 분이 났다.
"나는 당신이 이렇게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해. 우리 가이드라면 우리를 두고 가면 안 되는 거 아니야? 형석이가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왜 혼자 간 거야?"
짓은 어깨만 으쓱거렸다. 아오 진짜. 가이드 중 트러블이 일어나면 여행자들을 두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더니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서운하고 실망스러웠다. 일단 도착은 했으니 쉬어보자는 형석이의 말을 듣고 숙소로 들어갔다. 저녁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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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를 두고 가버린 가이드, 이게 대체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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