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시니어 선배로 통하는 조용숙 선생
종로문화재단
많은 관객들이 무대를 향해 호응을 보낼 때마다, 함께 박수를 치면서 여러 동아리를 응원하던 조용숙 선생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 11년간 다니면서 난타부터 스포츠댄스, 연극까지 두루 섭렵했다는 그녀는 함께 활동하던 동아리 사람들의 무대를 보기 위해 마로니에공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스포츠댄스는 높은 구두를 신을 수가 없어서 그만뒀고, 난타도 오래 서 있기에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이제는 그만뒀어요. 연극을 제일 오래 했는데 이제는 외부에서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나이 들어 더 악착 같이 할 필요 없겠다 해서 내려놓았죠."
비록 자신은 무대에 서지 않지만, 이런 축제를 통해 친구와 후배들의 무대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이런 축제가 더 자주 열린다면, 동아리 활동이 더 활발해지지 않을까 전망하기도 했다.
"각자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무대를 보는 주민들도 보면서 즐거워하고요. 이런 축제를 자주 열면, 주민들도 더 적극적으로 취미활동을 하지 않을까요? 축제 오신 분들이 박수도 많이 쳐주시고, 호응도 더 크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보는 관객도 즐겁고, 무대에 서는 사람들도 더 열심히 하죠. 저도 무대에 서봤지만, 박수를 많이 받으면 얼마나 신나는지 몰라요."
젊은 시절에는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그녀는 연극을 하면서 새로운 자신과 만나게 됐다고 말한다.
"내 내면에 어떤 것이 숨어 있나 시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했던 작품이 '심청전'이었는데 해설자 역이었거든요. 대사를 외우느라 고생하기도 했는데, 한 작품 끝내고 나니까 성취감을 이루 말로 할 수가 없더라고요."
특히 구연동화를 통해 아이들 관객과 만날 때 큰 보람을 느꼈다는 그녀는 직접 옷과 캐릭터 인형도 만들 정도로, 애정과 노력을 쏟았다고 한다.
"제가 이야기를 다 이끌어 가면, 아이들이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역할을 주면서 직접 참여하도록 했어요. 그랬더니 공연 끝나고 질문을 해도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잘 말하더라고요. 조카가 미술학원을 열었는데, 아직도 저한테 '고모, 구연동화 해주세요!' 하고 부탁을 해 와요. 거리가 너무 멀어서 못 가지만, 아이들 교육할 때 쓰라고 캐릭터 인형이며 옷이며 다 물려줬죠."
그녀는 같이 활동하던 동무들이 지병이 있어 세상을 떠날 때, 가장 큰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만큼 젊어서부터 식단은 물론이고,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인터뷰 내내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가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 79세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그녀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 내에 있는 '장카페'에서 1주일에 세 번 씩, 하루 3시간 근무하고 있다.
"대추차, 호박식혜, 수정과 같은 차들도 다 직접 만들고요. 카페 옥상이 크거든요. 거기서 된장이랑 고추장도 직접 담가요. 이 나이에 나를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찾아와주시는 손님들도 좋아해주셔서 얼마나 보람 있는지 몰라요."
그녀는 그만큼 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후배 시니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더 넓게 열어주기 위해서다.
"열다섯 명은 봉사고, 열다섯 명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데 그 중에서 83세인 제 나이가 제일 많거든요. 제가 잘해야 후배들이 설 자리도 더 많이 생긴다고 하니까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카페에 꼭 놀러오세요. 제가 맛있는 차를 만들어 드릴게요."
'2019 종로랑 페스티벌'의 무대와 객석을 빛낸 시니어 3인방은 이번 축제를 통해 더욱 많은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접하면서 삶을 행복으로 채우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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