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큰사진보기 ▲80년 5월 당시 전남도청 앞에서 궐기대회를 하고 있는 광주 시민들. 이같은 궐기대회는 목포 등 전남 지역으로 급속히 번져갔다.5.18기념재단 자료사진 광주시민들은 더 이상의 유혈사태를 원하지 않았다. 하여 정부와 계엄당국에서 시위대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했다. 10시 50분 경에 장형태 전남지사가 헬기를 타고 금남로 상공에 나타나 상공을 돌면서 "공수부대를 철수시킬테니 광주시민들은 질서를 지켜달라"고 하며 시민들을 무마하려 했다. 도청 앞에는 10만이 넘은 시민들이 도지사의 발언을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12시가 되어가도 시민들을 포위한 공수부대가 철수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동요했다. 자신들의 힘으로 공수부대를 몰아내자는데 뜻을 모았다. 오후 1시가 조금 못되어 시위대가 장악한 장갑차 한 대가 갑자기 공수부대의 저지선을 향해 돌진했다. 공수부대의 저지선이 무너지자 부대원들은 도청 안으로 들어가는 등 피신하기에 바빴다. 그때 공수부대의 장갑차가 후진하는 과정에서 군인 1명의 사망자와 1명의 중상자가 발생했다. 저지선이 붕괴되자 시위대의 트럭과 버스들이 장갑차의 뒤를 따라 도청앞 분수대를 돌아나오거나 도청쪽으로 전진했다. 12시 58분 광성여객 버스가 접근했을 때 분수대 근처에 있던 일부병력이 사격을 가했다. 이 사격으로 운전사는 즉사하고 버스는 수협 전남도지부 건물에 처박혔다. 그리고 이 직후인 오후 1시 정각에 느닷없이 애국가가 방송되면서 일제사격이 시작되었다. 공수대원들이 엎드려쏴 자세로 시민들을 향해 집단발포를 시작한 것이다. 전일빌딩, 상무관, 도청, 수협 전남도지부 건물의 옥상에서는 저격병들이 시위대 열 선두의 주동자들을 겨냥하여 사격을 실시했다.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격은 메가폰으로 사격중지 명령이 내릴 때까지 약 10분간 계속되었다. (주석 11) 큰사진보기 ▲광주 전일빌딩에는 5.18 당시 헬기사격의 탄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국과수에서 8개월에 걸친 조사결과, 헬기에 의한 사격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SBS 비극이었다. 하필이면 애국가를 신호로 시민에 대한 일제사격, 공수대원들이 엎드려쏴 자세로 시민들에게 집단사격, 광기이고 광란이었다. 이럴 수는 없었다. 아무리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군인이라도 자기 국민을 향해 일제사격, 집단사격이라니, 천인공노할 만행이 대낮에 광주에서 벌어졌다. 순식간에 금남로는 피와 통곡의 바다가 되었다. 공수부대는 도청과 주변의 건물에 숨어 보이는 사람들마다 저격하였다. 1시 30분 경에는 한 청년이 장갑차 위에서 윗통을 벗고 태극기를 높이 휘날리며 도청을 향해 '광주 만세!'를 외치며 달려들었다. 모든 시민들이 긴장되어 그를 응시하는 가운에 한 발의 총소리와 함께 피가 튀며 청년의 목이 꺾어졌다. 이 광경을 본 모든 시민들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에 눈물로 온 몸을 떨었다.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전쟁!' 이었다. 시민들은 곧 총을 얻기 위해 시내, 시외의 무기고로 향했다. (주석 12) 큰사진보기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및 분수대 광장과 전일빌딩(왼쪽 큰 건물). 전일빌딩은 계엄군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5.18항쟁 역사의 현장이다.권우성 시민들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무기와 탄약을 확보하고 시민군을 편성했다. '시민군'이라면 라틴 아메리카 등에서 보이는 민병대 수준이 연상되지만, 그야말로 급조된 예비군 수준이었다. 연령도 무기도 제각각이었다. 그들의 직업은 그곳에서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대부분은 노동자, 목공, 공사장 인부 등 직접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거나 구두닦이, 넝마주이, 술집 웨이터, 부랑아, 일용품팔이 등등이었으며 또한 교련복을 입은 고등학생들도 많았고 가끔은 예비군복을 입은 장년층들도 보였다. 삼사십 대의 중년층 참가자는 자기 가족이나 동생, 친척 또는 친구들의 죽음에 분연히 일어나 총을 든 사람들이 많았다. 지휘자는 가능한 한 어린이들에게서는 총을 회수해서 예비군들이 소지할 것을 지시했지만, 울면서 총을 안주겠다고 버티는 아이도 있었다. 자기 형이 죽었다고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는 것이었다. (주석 13) 큰사진보기 ▲1980년 5월24일 당시 금남로 상공에 헬기가 날아다니고 있다.<5·18기념재단 제공>광주드림 이같은 시민군의 구성을 두고 뒷날 전두환 5공 나팔수들과 수구정치인ㆍ언론인들은 시위군중의 대부분이 깡패ㆍ넝마주이ㆍ무직자ㆍ공원 등 사회최하층이라고 비하하게 되었다. 일반 시민들의 참여는 애써 외면한 것이다. 주석 11> 정상용, 앞의 책, 219쪽. 12> 최정운, 앞의 책, 150쪽. 13> 앞과 같음.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5ㆍ18광주혈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5ㆍ18광주혈사 #5.18광주민주화운동40주년 #광주민중항쟁_집단발포 #광주민중항쟁_유혈사태 #장형태전남지사_광주민중항쟁 추천9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2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김삼웅 (solwar) 내방 구독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이 기자의 최신기사 26세, 가족과 함께 만주 망명 구독하기 연재 5ㆍ18광주혈사 다음글33화집단발포 명령을 내린 자는 누구였을까? 현재글32화애국가 신호로 시민에 집단 발포한 '광기' 이전글31화무장하고 자위에 나선 시민군 "우리는 피의 투쟁을 계속한다" 추천 연재 제주 사름이 사는 법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여주양평 문화예술인들의 삶 "마지막 대사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 내밀어... 뭉클"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이야기 "사과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날 서점은 눈물바다가 됐다 어쩌면 우리의 장례이야기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SNS 인기콘텐츠 "끝내자 윤건희, 용산방송 거부" 울먹인 KBS 직원들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무인기 사태 후 파주 읍내에 중무장 군인들 깔렸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용산 '친오빠 해명'에 야권 "친오빠면 더 치명적 국정농단"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5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애국가 신호로 시민에 집단 발포한 '광기'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34화시민군, 계엄군을 광주 외곽으로 몰아내다 33화집단발포 명령을 내린 자는 누구였을까? 32화애국가 신호로 시민에 집단 발포한 '광기' 31화무장하고 자위에 나선 시민군 "우리는 피의 투쟁을 계속한다" 30화고립무원 상태에서 외신기자에 환호한 광주민중항쟁 시민군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