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중앙공원. 일제강점기에 한센인들이 강제 동원돼 맨손으로 만들었다. 소록도병원 뒤쪽에 자리하고 있다.
이돈삼
소록도에 중앙공원이 있다. 사철 푸른 종려나무와 편백, 등나무와 향나무, 삼나무, 동백나무가 우람한 자태를 뽐내는 공원이다. 국내에 흔치 않은 나무들이 많아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곳이다.
공원은 한센인들이 맨손으로 만들었다. 한센병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격리 수용돼 죽임까지 당했던 그들이었다. 암석은 섬 밖에서 들여왔다. 나무는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 가져다 심었다. 연인원 6만 명이 강제 동원됐다. 3년 4개월이 밤낮없이 피땀을 흘렸다.
공원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있다. 한센인 시인으로 알려진 한하운의 시 '보리피리'가 새겨진 바위다. 한센인들이 이것을 옮길 때, 일본인 스오 원장은 바위 위에 올라서서 호령을 했다. 너무나 힘이 들어 잠시라도 쉬려고 하면, 바로 채찍을 가했다.
손발이 성치 않았던 한센인들이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한 상태에서 막노동에 동원된 그들이었다. 힘에 부치는 건 당연지사. 오죽하면 한센인들은 옮겨도 죽고, 옮기지 않아도 죽는다고, 이 바위를 '죽어도 놓고 바위'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