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난민인권 공동행동 첫 기자회견이 열린 14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 곳곳에 이란 출신 김민혁씨 아버지 난민 지위 인정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김시연
김민혁군도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평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대학생 형과 누나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군은 "나와 아버지에게 닥쳐온 추방 위기, 난민 신청, 생계의 위협, 아버지의 건강 악화, 최근 몇 년 간 영화 속을 사는 느낌으로 살고 있다"면서 "나와 아버지가 길이 막혀 서 있을 때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함께 길을 찾아 주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군은 "고난을 겪는 우리 가족을 위해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려고 이 자리에 섰다"면서 "'도대체 제 가족이 뭐라고?' 과분한 사랑에 한없이 부끄러워지지만 갈 길이 많이 남은 나는 그 사랑을 고스란히 받아 소중히 간직하고자 한다, 포기하지 않고 시련을 이겨내 우리 가족이 진 빚을 모두 갚으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군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 가족과 함께 길을 찾기 위해 나서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대학생 형과 누나들의 뜻을 감사히 받아 이 어려움을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김군은 이날 기자회견 직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도 "저는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형 누나들인데, 저와 아버지를 위해 이렇게 해주신다는 걸 감사히 여기고 내가 진 빚이라 생각하고 꼭 갚겠다"고 밝혔다. 김군은 학교 곳곳에 아버지 난민 지위 인정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고 서울대 학보에서도 난민 문제를 다뤘다는 소식에 놀라워했다.
아울러 김군은 최근 인천공항에 억류됐다 288일 만에 국내 입국한 콩고 출신 앙골라 난민 루렌도씨 가족에게 동병상련 심정도 밝혔다. 김군은 "처음부터 (루렌도 가족 공항 억류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꼭 (난민 지위) 인정이 돼서 한국에서 생활했으면 좋겠다"면서 "(난민 지위 인정이) 너무 힘든 과정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군은 최근 정부가 난민심사를 더 엄격하게 하는 방향으로 난민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지금도 너무 힘든 과정인데 더 어려워지면 난민심사를 받는 분이나 받으려는 분이나 점점 더 어려워질 것로 보인다"면서 "한 명의 진짜 난민을 찾기 위해 많은 분들이 희생하는데 시스템이 바뀌어서 심사 쪽에서 전문가를 써서 그 나라에 지식이 있는 분들이 심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지난 8월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미성년 자녀 양육을 감안해 1년간 한시적인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던 김군 아버지는 지난 9월 6일 이의신청해 법무부 '난민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김군은 "(난민위원회 심사에서) 무엇보다 공정성이 (확보됐으면) 좋겠다"면서 "나와 같은 사유에, 같은 가족인데도 나는 인정, 아빠는 불인정인 게 잘 납득이 안 돼 위원들이 잘 판단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뜬금없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난민 혐오' 벽 허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