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시민단체와 종교계, 노동계, 학계 등이 참여한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출범식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이 지난 30년 동안 세입자 중심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가로막은 장벽을 무너뜨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김시연
"검찰개혁 촛불 필요하듯 주거권 보장 촛불도 필요"
특히 정동영 대표는 "우리 사회에는 세입자도 되지 못한 사람들, 세입자, 내 집 가진 사람들, 그 위에 다주택자라는 4가지 계급이 있다"면서 "10년 전 주택 소유자 1300만 명의 1%인 13만 명이 39만 채를 보유했는데, 지난해에는 91만 채를 보유해 평균 3채에서 7채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반면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쪽방, 달방(여관 셋방),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는 주거 난민이 정부 통계로 150만 가구이고, 민간연구소 통계(한국도시연구소 주거빈곤가구)로 230만 가구이 존재한다"면서 "촛불로 등장한 정부는 이런 곳에 사는 것은 삶이 아니라고 선언하고 LH공사의 임무도 여기(비주택 거주자 문제 해소)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검찰개혁을 위해 촛불이 필요하듯이 주거권 보장을 위해 촛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3년 전 가장 절실한 마음으로 촛불을 든 사람들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아닌가"라며 참석자들의 박수를 끌어냈다.
최지희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바뀌었다면 사람들이 모여 '어디가 집값이 오른다더라'는 헛헛한 얘기도, '창문 하나당 옵션 4만 원' 같은 고민도, 보증금 없어 고시원 갔을 때 옆방 알람소리에 같이 일어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집으로 돈놀이하지 않아도 바보가 안되는 사회, '집으로 그러면(돈놀이하면) 안 돼'라는 말이 상식으로 통하는 사회, 누구도 집 때문에 현재와 미래가 저당 잡히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게 스펙... 학교 근처 반지하-옥탑방 구하기도 어려워"
청년 세입자, 쪽방 거주자 등 당사자들 발언도 이어졌다. 서울에 있는 학교에 다니면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부천에서 자취하고 있다는 민달팽이유니온 회원 홍수경씨는 "학교 근처 집을 구하려고 했더니 월세 40만~50만 원인 반지하나 옥탑방 구하기도 어려웠다"면서 "그때 서울에서 태어난 게 스펙이라던 선배 말이 피부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홍씨는 "청년가구 평균 계속거주기간이 1.5년인데 전월세 세입자 가구 평균 3.4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한다(국토교통부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면서 "생활비 절반을 주거비에 쏟지만 2년도 안 되는 계약기간과 끝없이 치솟는 월세 가격 때문에 더 싼 집을 찾아야 하고 그럴수록 주거환경은 열악해진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4월부터 '무보증금 월세 17만원' 서울역 건너편 쪽방에서 3년 가까이 생활해온 홈리스행동 회원 이재영씨는 "13살부터 56살까지 만화방, 우유보급소 사무실, 공장기숙사, 노숙인 쉼터 등에서 살다가 나 혼자만의 쪽방을 얻으니 호텔 같고 천국 같았다"면서 "개인 프라이버시도 없는 곳에서 감시받는 기분으로 사는 것보다는,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 곰팡이, 쥐, 바퀴벌레 투성이지만 쪽방이 정신적인 해방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쪽방살이 경험을 털어놨다.
이씨는 "정치인들이 하루 택시 운전해 봤다, 일일 교사해 봤다고 하는데 3일이든 한 달이든 지하실 쪽방에서 살아보면 진정성 있는 역지사지가 될 것"이라고 정치권에 당부했다.
"전월세집 떠도는 삶이 아니라 땅에 뿌리내리고 살 권리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