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사람의 바다 사랑(?)은 유별나다. 굵은 빗방울이 흩날리는 날씨에도 바다에 나간다.
이강진
비행장에 갈 시간이다. 일단 렌터카 사무실에 들렀다. 자동차를 대충 둘러본 직원에게 그동안 정들었던 자동차 열쇠를 반납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다른 운전자에게는 과속 벌금이 있다는 서류를 보여준다. 옆에서 언뜻 들으니 50킬로 속도 구간에서 68킬로로 운전했다고 한다.
여느 국제공항과 다름없이 긴 줄에서 지루하게 기다린 후 출국 절차를 받는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여권을 컴퓨터에 스캔하면서 지나간다. 그러나 컴퓨터로 스캔을 할 수 없는 여권을 소지한 사람들은 다른 줄에서 더 오래 기다리며 출국 수속을 받고 있다. 대부분 약소국가 여권을 소지한 여행객이다.
비행기가 이륙한다. 뉴질랜드를 하늘에서 내려다본다. 숲이 울창한 산들이 보인다. 해안가에 있는 작은 마을이 평화롭다. 비행기에서 또 다른 뉴질랜드 모습을 보며 지난 4주간의 여행을 되돌아본다.
울창한 숲을 산책도 많이 했다. 수많은 폭포와 방풍림이 인상에 남는다. 소, 양 그리고 사슴이 들판에서 한가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동남아에서 보았던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가축이 측은하다는 생각도 했다. 캠핑장에서 많은 여행객과 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삶을 엿볼 기회도 가졌다.
비행기 좌석을 뒤로 젖히고 눈을 감는다. 조금 고생하며 다닌 여행이었다. 그러나 고생한 만큼 좋은 경험도 했다. 작년에 다녀왔던 중국 단체 여행이 떠오른다. 좋은 호텔에 묵으며 지냈다. 안내자를 따라다니기만 하는 편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었다. 산을 걸어서 올라가지 않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가면 예전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틀에 박힌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틀을 벗어나 나만의 삶을 일구고 싶다. 편안함만을 추구하지 않는 삶을 그려본다. 불편하더라도 나만의 여행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