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일 당시 우병우 대검찰청 수사기확관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사건 기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권우성
워낙 뻣뻣해서 '기브스'(깁스)로 불린 우병우 1과장 역시 이인규 중수부장처럼 고위층이나 그 주변인물에 대한 수사에 상당한 의욕을 발휘했다. 26세 때인 1993년 이후로 그가 구속시킨 사람들 중에는 김일윤 전 의원, 황아무개(김영삼 전 대통령 돈줄), 신승환(신승남 당시 검찰총장의 동생), 이형택(김대중 전 대통령 조카), 김운용 전 IOC 위원, 강신성일 의원(영화배우 신성일), 박주천 전 의원, 김명규 가스공사 사장, 박명환 전 의원, 이정일 전 의원 등이 있다. 선출직 고위공직자나 그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던 것이다.
그가 37세로서 대구지검 특수부장일 때인 2004년이었다. 어느 기자가 이 지역 카페에서 폭탄주를 마시고 있었다. 폭탄주를 마셨으니 정신이 좀 흐릿했을 텐데도, 그 기자는 그날 상황을 똑똑히 기억한다. <검사님의 속사정>에 따르면, 그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대구지검 근처 한 카페였던 것 같다. 누구를 만나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중년 남성 몇몇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처음엔 그런가 보다 했는데, 갈수록 그쪽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제일 젊어 보이는 남자가 많이 취해 있었는데,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오버를 했다. 심지어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호통을 치기까지 했다. '요새 민선 지자체장들은 선거로 뽑혀서 그런지, 목이 너무 뻣뻣해. 그래서 인사도 제대로 할 줄 몰라. 그래도 되는 거야'라며 목소리를 높이자,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부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취한 채로 호통 치는 "제일 젊어 보이는 남자"는 우병우이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백발 노인은 경북 어느 군의 군수였다. 이 일화에서도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우병우의 인식이 드러난다. 시험 성적이 아니라 '인기투표'로 지도자를 뽑는 이 세상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선출직 공직자 출신의 피의자에 대한 우병우의 호전적 태도는 노무현 수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듯하다. 국정농단 청문회 때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우병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심문할 때 "노무현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그저 뇌물수수 혐의자로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병우 본인은 이런 말을 했다는 점을 부인했다. 하지만, 그가 예의를 갖춰 행동했을 것이라고도 생각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인규 중수부장과 우병우 중수 1과장은 고위층 수사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실적을 내는 검사들이었다. 게다가 팀장 이인규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리는 사람이었다.
이명박 청와대의 정동기 민정수석비서관이 사건을 이인규-우병우 라인에 배당한 것과 관련해, 최강욱·김의겸·금태섭·이정렬·김선수 대담집인 <권력과 검찰: 괴물의 탄생과 진화>에서 김의겸 당시 <한겨레>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동기 민정수석이 이 건을 누구한테 배당하느냐가 중요했는데, 검찰 내에서 가장 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인규와 우병우를 거기에 넣은 거예요. 한쪽이 독하고 질주하는 타입이면 다른 쪽은 이성적으로 제어하는 사람으로 팀이 꾸려져야 합리적인데, 그러지 않고 막 몰아붙일 수 있는 두 사냥개를 갖다 푼 거죠."
검찰 개혁은 제2의 노무현 비극 막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