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군 북면에서 ‘내 마음의 외갓집’을 운영하는 아내 김영미씨, 남편 임소현씨.
유성호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우프 호스트인 영미네는 서울에서 차를 타고 3시간 30분, 영월고속버스터미널에서 다시 20여 분은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영월에서도 오지에 있다. 경사진 산길을 타고 한참을 올라가자 그 길의 끝에 영미네가 보였다. 흙과 나무로만 지어진 귀틀집이다. 차에서 내리면 소담한 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밥은 먹었어?"
주인의 손길이 구석구석 느껴지는 예쁜 정원을 지나니 별채로 따로 있는 주방에서 김영미 사장님이 나온다.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대뜸 밥은 먹었냐고 묻는다. 그녀다운 첫인사다.
외지에서 온 손님에게 끼니를 챙겼느냐고 물어보는 마음. 기자들이 고개를 젓자 일단 식탁에 앉히고 본다. 따뜻한 누룽지와 고사리줄기볶음, 가지무침, 김치 등이 예쁜 그릇에 담겨나온다.
시골이라고 아무 그릇에나 담아 먹지 않는다. 그릇 욕심에 돈 꽤나 썼다는 영미 사장이기에 도시의 고급 한정식 못지 않은 상차림이 가능하다. 그릇뿐 아니라 주방 곳곳에 안목이 없으면 고를 수 없는 아이템들이 즐비하다.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 영미 사장님은 숟가락과 젓가락부터 쥐어주고 본다. 이렇게 받은 영미네 밥상, 시골에서 받기에는 풍성하다 못해 넘친다.
"지금 식탁에 있는 것 중에 우리가 돈 주고 사서 먹는 건 거의 없어. 우리 콩 두부 한 모 정도? 나머지는 다 직접 키운 거야. 벼농사 빼고 다 한다고 보면 돼. 한 번은 가만히 앉아서 몇 가지를 키우나 세워봤어. 180가지가 넘더라고. (이 김치도 담근 건가요?) 그럼. 우리는 김장할 때 아무것도 안 사. 김장에 재료가 참 많이 들어가거든. 무, 배추만 필요한 게 아니라 고춧가루, 생강, 마늘 같은 것도 들어가잖아. 가끔 재료가 없는 건 주변 사람들이 보내줘. 새우젓 보내주시는 분이 있는데 그럼 우리가 그걸로 김치 만들어서 다시 보내 드리지. 소금도 남편이 조합에서 배당금 받은 걸로 써. 김장비용이 제로야. 사는 게 있다면 김장 봉투 정도?"
김영미, 임소현 부부는 대부분 먹거리와 생필품을 직접 재배하거나 만들어서 쓴다. 영미네 주변으로 천 평이 넘는 땅에 온갖 작물이 자란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다. 작물뿐이 아니다. 영미네 밭 한쪽에서는 벌집이 세 통 있다. 남편 임소현씨를 만나 영월로 오기 전, 경상도 성주에서 전통찻집을 할 때 벌을 키웠던 영미 사장님. 그 때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골에서 누리는 호사, 힙하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