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우리·하나은행 파생결합상품(DLF·DLS) 피해에 대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차호남씨가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절규하고 있다.
조선혜
"국회의원님, 은행장님, 대통령님, 제가 저금을 잘못했습니다. 27년 직장생활로 번 돈을 저금을 잘못해 날렸습니다. 눈물로 호소합니다.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선 안 됩니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은행 파생결합상품 피해자 차호남씨가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이렇게 절규했다.
이날 '우리·하나은행 파생결합상품(DLF·DLS) 피해에 대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차씨는 "왜 우리를 투자정보확인서에서 95점, 1등급 공격형 투자자로 만들었나"라며 "이후 측정해보니 저는 36점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상품의 경우 투자성향이 높게 나와야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이 이를 조작했다는 얘기다.
"살려주세요" 통곡한 피해자
우리·하나은행이 지난해부터 판매한 해외금리 연동 사모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 중 일부 상품의 만기 도래로 원금손실이 확정되자 투자자들이 피해 호소에 나섰다. DLF·DLS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 쪽은 3600명의 피해자들이 모두 9000억 원 가량 투자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씨는 "피해자들은 손실에 대한 고지를 받은 적이 없었고, 안전한 예금으로 안내 받았다"며 "사기에 의한 계약이므로 계약 취소이자 계약 무효임을 천명한다"고 외쳤다. 그의 말이다.
"이 돈이 없으면 우리는 죽음을 불사할 만큼 위기에 처합니다. 어르신들의 노후자금, 어르신들의 병원비에 대해 은행이 보이스피싱보다 더 악질적인 사기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존경하는 정부 관계자들과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하나은행을 철저히 조사해 확실한 방지책을 세워주십시오."
이 같은 차씨의 호소를 듣고 있던 피해자들은 '파생상품 사기판매, 즉각 철회하라' 등 팻말을 든 채 함께 소리 내 울었다. 한 피해자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통곡하기도 했다.
은행장들은 국감에 나올까
기자회견이 마무리될 때쯤 걷잡을 수 없이 울음소리가 커지자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피해자들을 진정시킨 뒤 구호를 외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우리은행 사죄하라", "하나은행 사죄하라", "국정조사 실시하라" 등 구호를 제대로 외치지 못할 정도로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가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주명 대책위원장은 "우리는 전문투자자도 아니고 고액자산가도 아니다"라며 "그저 묵묵히 일하면서 한 푼 두 푼 열심히 모았을 뿐인데 예상치 못한 사기를 당했다"고 했다.
이어 "이는 은행들의 지나친 욕심이 불러온 재앙"이라며 "책임은 은행 경영진에 있다, 국정감사 때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증인 출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상임대표도 "(은행장들은)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을 피해가려 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역시 (은행장 대신) 실무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