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환경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학생과 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며 정부를 향해 위기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살고 싶어서요. 살기 위해서 나왔어요."
이날 현장에 참석한 이채연(18) 학생의 말이다. 그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견학이라고 둘러대고 왔다"며 "사실 오늘 학교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집회 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곳에 참여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곳에 나왔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이어 "(결석시위를 처음 시작한) 그레타 툰베리의 영상을 보면, 그가 '당장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는데, 이를 알고서도 학교에 앉아 있는 게 중요하냐'고 한다. 그 말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나나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앞으로의 삶을 위해 이곳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이유경(16) 학생도 "오늘 이 자리가 아니었다면 분명 저는 평범한 학교를 시작해 등교를 하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전 지금 광화문 한복판에 있다"며 "우리가 살아갈 나라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에 직면한 문제다. 그렇기에 학교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닌, 이 자리에 나와 문제를 말하는 것을 택했다"고 했다. "이런 기후 위기 속에 어떻게 우리가 교실에서 가만히 책을 읽을 수 있겠나"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집회 도중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한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이자, 이번 집회의 기획자인 김유진(17) 학생은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에 대해 "절박함"이라고 답했다. 그는 "저희는 지금 정책 결정권자들에 의해 인생이 결정되는 상황이다. 이들의 결정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라며 "하지만 정작 20, 30년 후 그들은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결국 우리의 미래기 때문에 이렇게 결석까지 감행하며 그들(정치권)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청소년들 외에도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각지에서 왔다. 현장을 찾은 장아무개씨(52)는 "나는 울산에서 왔다. 집회 참석을 위해 오전 6시 53분 열차를 타고 올라왔다"며 "막상 현장에서 애들(청소년들)이 학교 대신 거리로 나와 이렇게 집회를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울컥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이들이 스스로를 보고 '멸종 위기'라고 하는데, 충격받았다"는 소회도 덧댔다.
'상당히 먼 거리였는데도 부담은 없었느냐'고 묻자, 장씨는 "누구는 해외 가서도 환경 보호를 위해 운동하는데 이게 먼 거리라 할 수 있는 거냐"며 "사실 기후 위기라는 게 기성세대의 책임인 건데... 아이들을 이렇게 나오게 만든 것에 대해 미안함도 든다"고 답했다.
그는 "누군가는 아이들의 집회에 대해 '급진적'이라고 한다는데, 이런 환경 운동은 급진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다"며 "서서히 점진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당장의 오늘이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은 당장 중단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성적표... 무책임 끝판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