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터미널에 공항버스들이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말 모처럼의 해외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3300번 공항버스에 올랐을 때다. 무심코 버스요금표를 본 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카드와 현금에 매겨진 요금이 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카드는 8500원인데 현금은 9000원이라고 했다. 500원이면 별 거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공돈을 날린다고 생각하니 그 차이가 야속했다. 하지만 어쩌랴. 여행지에서 잃어버릴 것을 생각해 카드는 따로 챙기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불투명한 플라스틱 요금 정산기 속으로 1만원을 집어넣었다. 버스 기사님이 버튼을 누르자 500원짜리 두 개가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동전을 주워들며 문득 궁금해졌다. 왜 버스 요금은 현금이 더 비쌀까? 다른 경우는 보통 현금을 더 우대하지 않나. 옷 가게만 가도 오히려 현금을 내면 가격을 10% 이상 할인해주는데 말이다.
전국 버스는 다 현금이 카드보다 비싸
궁금한 김에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의 시내·마을버스 요금을 확인해보니, 카드보다 현금을 낼 때 가격이 더 비싼 것은 마찬가지였다. 서울특별시 사이트에 적힌 시내·마을버스에 따르면 간선·지선버스와 광역버스, 마을버스의 요금은 교통카드로 결제했을 때 각각 1200원, 2300원, 900원이었다. 반면 현금으로 냈을 때는 1300원, 2400원, 1000원으로 각각 100원씩 비쌌다.
인천광역시 역시 그랬다. 인천광역시 사이트에 따르면, 간선버스는 카드 1250원, 현금 1300원이었고 지선버스는 카드 950원, 현금 1000원이었다. 차이가 서울시보다는 적지만 50원의 차가 나는 셈이다. 광역급행버스인 M버스는 카드 2600원, 현금 2900원으로 300원의 가격차가 난다.
할인율이 다를 뿐 모든 지자체가 카드와 현금 가격에 차이를 두고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언제, 왜 이 같은 차이를 두기 시작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각 지자체가 카드를 더 우대하는 이유는 교통카드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1998년 7월 국내 한 언론은 서울시가 같은 해 8월 혹은 다음해인 1999년부터 버스비를 카드로 낼 때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드로 결제하면 당시 서울시 시내버스 요금이었던 500원보다 10~20원 낮은 480원∼490원으로 깎아준다는 것이다. 단순히 계산해봐도 카드우대 정책은 벌써 20년도 넘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