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껴 타던 신사용 자전거는 아직도 프레임에 종이가 붙어 있다.
이윤기
아버지의 짐 자전거로 처음 자전거를 배우다
슈퍼마켓을 시작할 때부터 자전거는 아버지의 교통수단이 되었습니다. 슈퍼마켓을 열기 위해 말은 팔아버렸고, 삼륜 용달차는 엄두를 낼 수 없었기 때문에 물건을 떼오고 배달하기 위해 커다란 짐자전거를 구입하였습니다. 그 때는 자전거를 자전차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짐 자전거는 '짐차'라고 불렀지요.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고 자전거 삼각 프레임 사이로 다리를 넣어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도 바로 그 짐자전거였습니다. 삼각 프레임 사이로 다리를 넣고 자전거를 배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내릴 때는 발이 땅에 닿지 않아 자주 넘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슈퍼 사장님으로 2~3년쯤 지냈던 아버지는 동네 구멍가게들에 물건을 배달할 때면 짐자전거를 타고 나갔습니다. 일반 자전거보다 프레임도 튼튼하고 짐받이가 컸기 때문에 큰 상자들을 사람키보다 더 높게 싣고 다녔습니다. 위태로울 만큼 많은 짐을 싣고 다녔지만, 짐을 실을 때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으면 위험하지 않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만, 여전히 집에는 아버지가 타시던 자전거가 3대나 남아 있습니다. 그 중 한 대는 흑백 사진 속에 있는 것과 꼭 닮은 신사용 자전거입니다. 이 자전거는 프레임에는 여전히 종이 커버가 붙어 있을 정도로 아버지가 아껴 타던 자전거입니다.
또 한 대는 재작년에 자전거 타고 장에 나가셨다가 택시와 부딪쳤을 때 현물로 사고 보상을 받은 장바구니 달린 자전거입니다. 나머지 한 대는 비가 와도 골목에 그냥 세워두고 편하게 타던 자전거입니다.
마흔 살 무렵에 건축 일을 시작한 아버지는 예순 다섯 무렵까지 건축노동자로 정말 바쁘고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주로 가끔 함안, 의령, 김해 같은 곳으로 일을 갈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마산과 창원 현장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창원에서 일을 할 때는 시내버스 첫 차를 타고 다니셨지만 마산 현장에서 일을 할 때는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