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배치된 미군 전술핵 포탄 시험 광경1953년 네바다주 사막에서의 15kt 전술핵 포탄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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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 63만 명 선에서 병력 유지를 합의한 대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승만 정권은 남한 내 전술핵 배치를 관철할 수 있었다(차상철, 2004:82). 이는 핵우산 정책의 시작으로 사실상 정전협정의 완전파기였다. 북한은 미국의 핵전쟁 공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으며, 어쩌면 이때부터 북한은 핵무장 필요성을 절감했을지도 모른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서 탄생한 한미동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한국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대서양조약이나 미일안보조약에 준하는 강력한 동맹조약을 단독으로 남한과 체결할 의사가 없었다. 봉쇄정책의 아버지라 불렸던 케난(Kennan, 1984:188~189)은 "현명하고 노련한 정치지도자는 불확실한 미래의 상황 때문에 정부의 행위를 제한할지 모르는 조약을 맺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현실주의를 국제정치학의 주류 이론으로 끌어올린 모겐소(Morgenthau, 1967:545~546) 역시 "동맹조약 체결로 강대국의 이익을 약소국 이익에 일치시키게 되는 순간, 강대국은 행동의 자유를 상실할 것이기 때문에 약소국이 강대국에게 결정권을 행사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가 현실주의적 관점에서는 대단히 합리적이었는지 모르지만 미국은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과는 다르게 행동했다. 한미동맹은 통상적 안보이론에 반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기이한 비대칭 동맹으로 한국전쟁이 아니었다면 결코 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남한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을까?
미국은 왜 남한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을까?
1980~1990년대에는 주로 수정주의 역사학의 입장에서 한미동맹을 대미 종속의 주된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는 진보적 역사학자들을 중심으로 한미동맹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재평가에 따르면, 한미 간에 군사안보관계는 한미동맹의 시작단계부터 상당한 갈등을 노정했다. 이승만 정부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정부는 단지 '제국'의 질서에 종속되어 미국의 정책에 순종한 정부가 아니었다(박태균, 2010:37).
분단체제 하에서 표면적으로는 '안정'을 구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한미 간에는 '민주화 전'이건 '민주화 후'건 바람 잘 날 없는 격동적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격동적 사건이야말로 한미동맹을 '긴장 속의 동맹'이나 '갈등하는 동맹'(박명림, 2010:263)으로 규정하게 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비대칭 조약에 입각했지만, 그것의 구체적 적용에 있어서는 한국의 적극적 대응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은 충분히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미국의 정책적 관점에서 한미동맹의 형성 원인을 설명한 것은 아니다. 해방에서 한국전쟁 전까지의 한미관계가 주로 자유민주주의와 결합한 국제주의에 기반했다면 한국전쟁 이후에 탄생한 한미동맹은 반공주의와 국제주의가 결합한 사례에 해당한다.
군사적 이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반공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 차원이 더해짐으로써 한미동맹의 성격은 한층 복잡해졌다. 반공주의를 장착한 국제주의는 베트남전에 미국이 본격 개입함으로써 다시 한 번 폭발할 예정이었다.
한미동맹의 이데올로기적 근거, 곧 남한에서 반공체제를 성립시킨 근본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쉽게 사라지지 않을 사회심리적 요인이 한미동맹에 더해졌다. 그것은 바로 반공보다 더 지독한 반북심리다. 이러한 독특한 사회심리적 상태야말로 세계적 차원의 냉전질서가 붕괴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반도에서 민주화 이후에도 반공의식에 기반한 한미동맹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존속, 강화되고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서는 매카시즘이 기승을 부리고, 그에 따라 이승만이 전 세계적인 반공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 참고문헌
박명림. 2010. 「순응과 도전, 적응과 저항」. 『갈등하는 동맹: 한미관계 60년』. 역사비평사.
박태균. 2010. 「잘못 끼운 첫 단추: 이승만-아이젠하워 시기」. 한국역사연구회 현대사분과 편. 『역사학의 시선으로 읽는 한국전쟁』. 휴머니스트.
차상철. 2004. 『한미동맹 50년』. 생각의 나무.
Kennan, G. F. 1984. The Fateful Alliance: France, Russia, and the Coming of the First World War. New York: Pantheon.
Morgenthau. H. J. 1967. Politics among Nations. New York: Alfred A. Knopf.
Stueck, W. W. 2005. 『한국전쟁과 미국 외교정책』. 서은경 역. 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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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 정치이론, 한국정치, 국제관계, 한미관계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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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하워 행정부의 뉴룩정책과 한미동맹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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