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무더웠던 여름을 보내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그야말로 청명한 가을 하늘이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특히 지난 봄 미세먼지 때문에 맑은 하늘을 구경하기가 어려웠던 지라 시원하게 가을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마음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 있는 친구에게 연무 때문에 너무 고생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후로는 파란 하늘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과 보르네오 섬의 6개 주에는 산불로 인한 연무(煙霧·haze) 현상이 몇주 째 지속되고 있는데, 대기오염지수가 "위험" 수준에 이른 몇몇 도시에서는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질 정도입니다. 대기오염물질 중에는 초미세먼지로 알려진 PM 2.5도 물론 포함되어 있는데, 친구가 살고 있는 중부 칼리만탄(보르네오)의 팔랑카라야(Palangka Raya)라는 도시에서는 수치가 1000㎍/㎥이 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미세먼지가 최악이었다는 보도가 계속되었던 지난 봄 서울의 PM 2.5 수치의 최고치는 135㎍/㎥였습니다.① ▲2019. 9. 15. airvisual 사이트에서 측정된 중부 칼리만탄의 팔랑카라야 지역의 PM2.5 수치가 1,268㎍/㎥에 이르고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 ▲2019. 9. 16. airvisual 사이트에서 측정된 중부 칼리만탄의 팔랑카라야 지역의 PM2.5 수치가 1,257㎍/㎥에 이르고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 초미세먼지 외에도 아황산,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오존 등 유해한 물질이 포함된 연무는 아기와 임신부, 노약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지난 9월 16일에는 남부 수마트라의 펠람방(Pelambang)에서 4개월 된 아기가 급성 폐렴으로 사망했습니다.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가 갑자기 폐렴에 걸려 사망하게 된 이유로는 몇 주간 지속된 연무에 포함된 유독성 성분이 원인일 것이라는 것이 진단이 내려졌습니다.② 연무로 인하여 15만 명이 급성호흡기질환을 앓을 뿐 아니라 오랑우탄까지도 호흡기 감염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③ ▲중부 칼리만탄 팔랑카라야에서 연무 속에 고통 받고 있는 오랑우탄Walhi Kalimantan Tengah 이렇게 치명적인 산불 연무의 발생 원인은 사실 명백하게 밝혀져 있습니다. 연무 피해가 심각한 6개 주는 팜유 및 펄프 생산을 위한 플랜테이션이 많은 지역인데 플랜테이션 농장들에서 쉽고 빠른, 즉 저렴한 토지 정리 방법으로 방화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 지역은 이탄지(泥炭地·peatland)라는 탄소를 많이 품고 있는 땅인데다가 농장 조성을 위해 물기를 제거한 건조한 상태이기 때문에 한번 불이 붙으면 몇달 씩 타면서 연무를 발생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중부 칼리만탄 이탄지에서 발생한 산불 화재 지점Walhi Kalimantan Tengah 지난 2015년에도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과 보르네오 섬에서 발생한 산불 연무가 인도네시아 외에도 말레이시아, 싱가폴, 브루나이 및 태국과 필리핀의 일부 지역에까지 영향을 끼쳤는데, 세계은행은 이 때의 경제적 손실이 16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④ 또 이로 인하여 10만 300명이 조기 사망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⑤ 이에 2015년 산불 연무로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의 시민들과 환경단체에서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를 대상으로 당시 산불과 연무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 7월 23일 대법원은 정부가 적절하게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⑥ ▲짙은 연무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등교한 아이들Walhi Kalimantan Tengah 하지만 이러한 판결이 무색하게도 대법원 판결 발표 1주일 만에 다시 이 지역에서는 산불 연무 비상사태가 선포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대피소를 제공하고, 방화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의 대처를 아직까지 못하고 있어 시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집어삼킨 산불 연무... 우리의 책임은 없나 ▲비가 오기를 바라며 기도회를 여는 팔랑카라야 시민들Walhi Kalimantan Tengah 그런데 이런 끔찍한 산불 연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결국 본래 숲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팜유와 펄프 생산을 위한 플랜테이션에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러한 플랜테이션 운영은 외국계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운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국 기업들도 현재 산불 연무 피해가 심각한 보르네오 섬의 서부 칼리만탄에서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값싸게 생산된 팜유와 펄프는 세계 각국으로 수출이 되고 있는데, 한국은 2018년에만 약 60만 6947톤의 팜유를 수입했습니다. 그중 인도네시아에서만 약 35만 7784톤의 팜유를 수입했습니다.⑦ 이렇게 수입된 팜유는 라면,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을 만들거나 샴푸 및 세제 등 생활용품을 만들거나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쓰이는 등 다양하게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팜유 산업계는 토지 정리과정에서의 방화와 이로 인한 산불 연무 외에도 선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플랜테이션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것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결국 우리의 편안한 일상을 위해 인도네시아의 숲이 불타고 선주민들과 노동자들이 착취당할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수많은 사람들이 연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산 팜유가 포함된 아이스크림공익법센터 어필 그래서 청명한 가을 하늘을 우러러 볼 때마다 내 머리 위의 하늘이 맑아진 만큼 뿌옇게 변한 친구들의 하늘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현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긴급한 필요를 채우기 위한 도움의 손길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플랜테이션 기업들의 행태에 변화를 촉구하는 일도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국 기업을 포함한 팜유 산업계가 방화를 통해 토지 정리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숲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착취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촉구하고 연대하는 일은, 맑은 하늘을 선물로 받은 올 가을의 최선의 과제일 것입니다. 참고자료 ① 문화일보, "초미세먼지 '최악의 3월'… 역대 최고치" (2019. 4. 1) ② CNN Indonesia, "Bayi Meninggal di Palembang Diduga Akibat Asap Karhutla" (2019. 9. 16) ③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산불에 오랑우탄 30여 마리도 '호흡기 감염'" (2019. 9. 18) ④ World Bank, "Indonesia's Fire and Haze Crisis" (2015. 11. 25) ⑤ Mighty Earth, "Harvard-Columbia study finds that 2015 haze in Indonesia likely caused 100,300 premature deaths" (2016. 9. 18) ⑥ Mongabay, "Top court holds Indonesian government liable over 2015 forest fires" (2019. 7. 23) ⑦ 환경운동연합, 공익법센터 어필, "빼앗긴 숲에도 봄은 오는가" (2019. 3), p.40 및 한국 무역통계원 통계 자료 분석 덧붙이는 글 #인도네시아 최대의 풀뿌리 환경단체인 WALHI 에서는 산불 연무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금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후원금은 긴급 구호 – 노약자를 위한 대피소와 산소, 마스크, 긴급의료지원을 위해 사용됩니다. https://donasipublik.walhi.or.id/campaign-detail/bantu-saudara-kita-bernafas-lebih-baik-5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팜유 #인도네시아 #연무 #헤이즈 #미세먼지 추천13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23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공익법센터 어필 (apil) 내방 구독하기 공익법센터 어필은 소송, 법률교육, 국제연대, 공익법중개, 제도연구, 입법운동 등을 통해 난민, 구금된 이주민,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 다국적기업의 인권 침해 피해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공익변호사 단체입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참치 잡는 노동자들에 대한 법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용산 '친오빠 해명'에 야권 "친오빠면 더 치명적 국정농단"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5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아이스크림에 들어간 '이것' 때문에 죽어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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