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대안대학 공론장함께 만드는 대안대학 공론장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충남 홍성의 한 농업학교(대안학교) 출신인 이늘봄 활동가는 소신껏 택한 '비대학'의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노라고 세 번째 발제에서 고백했다. 배움에 대한 자신의 순수한 열망을 대학 입시 제도라는 거대하고 폭력적인 시스템에 의해 평가받길 거부했던 고등학생 소년 이늘봄은 대학 입시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지식순환협동대학'에 입학해 지난 6월에 수료했다. 남들은 죽어라 수시와 정시에 준비하던 때 곁에서 책을 읽고 인문학에 심취했던 고3의 이늘봄은 그때까지만 해도 마음속에 '대학 간 애들보다 보란 듯이 더 잘살겠다'는 다짐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그가 돌아본 '비대학'의 길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론 항상 불안했어요. 아는 건 많은데 뭔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마치 '머리만 큰 괴물'이 되어가는 것 같았어요." 그는 또래 사이에서 분명 대학이 반드시 행복한 길이 아니라는 '반대학 정서'가 깊게 공유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이 아니고선 마땅한 대안이 부재하다며 '대학에 가도 불행하고 대학에 안 가도 불행'한 현실을 지적했다. 이러한 불안과 방황이 그를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도록 만든 것일까? 연세대 안에 있는 샐러드집에서 알바를 하며 생계를 잇고 있는 그는 지난 2017년 비대학 청년 모임 '살롱 구와이'를 만들어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맞나,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해요. 비대학 청년들에게는 이런 고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피난처 같은 공간이 필요해요."
발제 시간이 모두 끝난 뒤 잠시 진행된 질의 시간 때 다양한 질문이 이늘봄 활동가에게 집중됐다. "대학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진 않나요?" "나중에 취업할 때 비대학의 길을 걸은 게 과연 메리트가 될까요?" "앞으로의 진로는 무엇인가요?" 아마도 10대 청소년에겐 아직까지 생소한 '비대학'의 길에 대한 선망과 의문이 뒤섞인 관심의 결과였을 것이다.
이늘봄 활동가는 현재 자신을 포함한 비대학 청년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 그리고 자신들이 속한 다양한 '대안 대학'의 한계점에 대한 대안으로 "기존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 각 대안 대학의 연합, 통합, 연동 및 상호교류 △ 교환학생 및 연합수업 제도 활성화 △ 공통의 의제 발굴 △ 비대학 청년만을 위한 공간 확보 △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 등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평생교육, 시민교육, 대항대학… 우리는 어떤 '대안 대학'을 상상해야 할까?
홍덕구 총무국장은 "오늘날 한국에서 대학의 기능이 '학문적 진리 탐구'라고 믿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이미 '상징자본'의 하나로서 상층 계급의 '아비투스'로 소비되는 대학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껍데기(기표)로 전락한 대학(학벌)의 존재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도대체 고등교육이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그는 단순히 '듣기'만 하는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말하고' '표현하고' '만드는' 총체적인 교육이 구현되는 '평생교육'과 '시민교육'이 '대안 대학'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대학에는 기존의 기업화된 아카데미즘이 개입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준우 대표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를 인용하며 '조건 없는 대학'을 제안했다. 그는 대학은 "어떤 권력에 대해 질문하고 저항할 수 있는 자유"를 담지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지금까지 그 누구도 제대로 질문해본 적 없는 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깊이 고민해, 그러한 본질적 질문에 대한 답변을 근거로 해 '대학다운 대학'을 시민 모두가 상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대안'에 머무르지 말고 제도권 대학 내부에 깊숙이 침투해 그들 소수 대학 권력이 그간 향유해온 각종 자원과 시스템을 돌려받는 이른바 '대항 대학' 전략을 제시했다.
10대가 상상한 대안 대학? 재정 공개, 학생이 곧 주인, 졸업 후에 학력 인정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