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서' 앞에서
최종규
<이갈리아의 딸들>(게르드 브란튼베르그/히스테리아 옮김, 황금가지, 2016/고침판)은 1996년에 한국말로 처음 나왔다는군요. 그해 1996년은 강원도 양구 멧골짝에서 군인으로 지냈습니다. 이해에 나온 책은 한 가지도 모릅니다.
2016년에 고침판으로 새로 나왔다는 이 소설책을 이제야 손에 쥐어 봅니다. 가시내하고 사내가 이 지구별에서 맡은 몫을 확 뒤집어서 그대로 그립니다. 재미있으면서도 거북하게 잘 그렸구나 싶어요. 이 '거북함'이란, 이 지구별에서 사내들이 느껴야 할 대목일 텐데, 사내들 주먹다짐 같은 힘으로 굴러가는 오늘날 얼거리란 어깨동무하고 동떨어진 '거북한 길'인 줄 깨닫고서 이를 다같이 고쳐 나가야 할 노릇 아니겠느냐 하고 대놓고 따지는 줄거리이지 싶어요.
광주에 살짝 들른 터라 고흥으로 돌아갈 길을 어림하는데, 소년의 서 책지기님이 이곳에서 걸어서 가까운 '러브 앤 프리'를 꼭 가 보라고 말씀합니다. 그렇다면 꼭 가 봐야겠지요. 걸어서 갈 만하다는 말씀에 걸어서 가 보는데, 등짐이 없이 가벼운 차림이라면 사뿐한 길이지만, 등짐을 잔뜩 짊어진 몸으로는 그리 가뿐하지는 않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