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비상행동 소속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희훈
지구온난화는 우리 몸 상태를 나타내는 체온에 비유할 수 있다. 정상에서 1도를 넘으면 미열이 발생하고 1.5도를 넘으면 고열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1도 상승한 오늘날 일시적이고 곳에 따라 발생하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기후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1.5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모든 곳에서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미 오늘날 극단적인 날씨에는 인간의 흔적이 담겨 있다. 폭염, 홍수, 가뭄, 산불 등은 순수하게 자연 요인으로만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천재지변에 대하여 보험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약관이 과연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아차려야 한다.
1.5도에서 2.0도까지 상승하면 그 영향은 같은 비율로 단순히 커지지 않는다. 지구가 회복력을 잃는 극적 전환점(tipping point)에 접어들어 그 추세가 더욱 가속된다. 즉,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는 '양의 되먹임'으로 지구를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든다. '양의 되먹임'은 작은 변화가 다시 원인을 키워 큰 변화를 일으키는 자기 증폭 과정이다. 이 상태에서는 인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구 스스로 기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2도를 넘게 되면 지난 1만 1700년 동안의 안정된 기후로 돌아갈 수 없다. 기후 위기는 물, 식량, 에너지, 정치, 안보 등이 상호작용하는 질서에 영향을 주어 결국 국제 위기로도 비화할 수도 있다. 기후 위기는 사회경제와 서로 맞물려 있어 사회 전반에 급속히 파급될 수 있는 것이다.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서 지구 회복력을 유지하기 위해 2도 이내로 기온 상승을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리협약에 따른 각국의 현재 저감 계획이 완전히 수행된다고 해도 이번 세기말에는 3도가 상승할 것이다. 2018년 인천에서 열렸던 IPCC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협의체) 제48차 총회에서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은 '1.5도 온난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결론 내렸다. 그러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로 줄어야 한다. 그리고 2050년까지는 인간 활동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공기 중에서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양과 균형을 이루는 '순 제로(net zero)'에 도달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거의 확실히 알았던 2000년부터 이산화탄소 감축을 했다면 매년 4%씩 배출량을 줄이면 되지만, 2019년부터 감축을 하면 매년 18%씩 줄여야 2050년에 배출량이 순 제로가 된다. 우리나라 경제 위기였던 1998년 IMF 때, 산업 위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20% 줄었다. 그 동안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야 막으려면 전 세계가 우리나라 IMF 시절의 경제적 충격을 극복해내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 세계는 과거부터 인류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것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졌다. 하지만 미래 세계는 기후위기에 수동적으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기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불안정한 기후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기후위기를 막아야만 한다. 1.5도와 2도를 넘어도 세계는 여전히 지속하겠지만, 기후의 영향과 위험은 기온 상승에 따라 더 커져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세계가 될 것이다. 이는 기온이 상승하는 만큼 인류가 미래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우리 세대뿐만이 아니라 우리 후손이 주인으로 이 지구상에서 살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1.5도 이내로 막는 경우 어린 세대(1997~2012년생)는 그들의 조부모 세대(1946~1964년생)보다 개인당 이산화탄소 배출을 1/6만 할 수 있다. 지금부터 치열하게 대응한다고 해도 어린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심하게 불리하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체계를 지배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일은 하지 않고 있다. 이제 시민과 청소년이라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전 세계 시민단체는 9월 20~27일 동안 전 세계 '기후파업(Climate Strike)'을 선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단체가 연합하여 9월 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9월 27일 '청소년 기후행동'을 하기로 했다.
인류세는 성장을 통한 능동적 전망에서 음울한 방어적 자세로 전환되는 시대 정신에 문을 열라고 촉구한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지금까지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하는 희망적 파국이다. 우리의 삶을 대전환(Great Transformation) 시켜 아끼며 나누는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후를 구하는 것보다 성장이 더뎌지는 것이 더 걱정인 세상은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과학인 동시에 신념이다. 과학은 기후 위기가 분명하다고 알려주고 신념은 기후위기를 가치의 틀 안에 통합 시켜 행동에 나서도록 한다. 이를 통해 안전하게 지속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
이기연
[기후위기비상행동 참여 방법] |
기후위기에 맞서는 힘은 시민들의 참여에서 나옵니다. 우리의 생존을 위한 행동에 함께 해 주세요.
1) 집회와 행진: 9월21일 3시 대학로에서 모입니다
2) 온라인서명과 인증샷: 웹사이트(https://www.climate-strike.kr/)에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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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가 빚은 파국, 기후 파업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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