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쓰미회 홈페이지 메인 갈무리
최우현
이 유고집의 주인공은 75명의 일본 학도병이다. 당시 이들은 각지의 대학·고등전문학교에 재학하거나 졸업한 어린 학생들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전쟁에 대한 비판·공포 등 복잡한 감정을 펜에 눌러 담고, 또 다르게는 평화를 꿈꾸기도 하며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이들의 사연은 당시 패전으로 좌절해 있던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밤 그렇게도 옛 추억을 그리워했다. 참으로. 그렇게도 책을 읽고 싶었고, 그렇게도 영화를 보고 싶었다. 참으로. 그렇게도 평화를 바랐다." - 야마기시 히사오(1946), <들어라 와다쓰미의 소리를>, 일본전몰학생기념회, 한승동 역
무엇보다 이들의 수기는 일본제국에 대한 헌신, 일왕에 대한 맹목적 충성보다 전쟁에 대한 인간적 고뇌와 비애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많은 일본 국민들은 학도병들의 심정에 공감했고 성원을 보냈다.
책은 곧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전쟁은 안된다'는 반성과 평화의 가치가 일본에 뿌리내리는 데 기여해 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논문 <베트남전쟁의 현실과 일본의 평화담론>에서 이 책에 수록된 학도병들의 수기가 "반군 의식에서 나오는 평화주의의 원류를 형성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상이 '와다쓰미'가 전몰 학도병으로서 반전을 상징하게 된 대략적인 배경이다. 한편, <들어라 와다쓰미의 소리를> 출간을 기점으로 창설된 일본전몰학생기념회, 이른바 '와다쓰미회'는 아직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일본의 군대 보유를 금지한 일본 헌법 9조의 수호와 일본의 전쟁 책임 추궁 등을 골자로 한 시민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그후 70년
이처럼 '와다쓰미'를 중심으로 빛났던 일본의 반전·평화 무드도 이제는 벌써 70년 전의 일이 됐다. 중요한 것은 현재가 아닐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본의 평화주의는 그때에 비할 바가 못된다. 아베 총리 개인도 '반전(反戰)'의 기치를 뒤로 감춘 지 오래다. 매년 8월 15일 전몰자 추도식에서 일본 역대 총리들이 전통적으로 견지해 온 '부전의 맹세(不戰の誓い)'와 '반성'에 대한 언급도 7년 동안이나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