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약 감자탕집의 투자자라면, 가업승계 찬성할까
픽사베이
감자탕 맛이 기가 막힌 식당이 있다. 근데 인테리어가 별로고, 가게도 좁아서 이익은 적다. 어느날 가게주인이 나에게 제안을 했다. 깔끔한 인테리어로 확장을 하려는데 돈이 부족하다며, 투자할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 나는 그 사장 요리 실력을 믿고 동업하기로 했다. 사장과 나는 각자 1억 원씩 출자해서 감자탕집을 확장했다.
감자탕집은 잘됐다. 그 사장 요리실력 덕이다. 근데 사장이 요리는 잘하지만 마케팅이나 회계 실력은 별로였다. 어엿한 주주인 나는 그 사장의 감자탕집(이 아니라 '우리' 감자탕집)의 마케팅이나 회계 방침에 참견(이 아니라 투자자의 권리를 행사)했다. 사장은 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나의 회계와 마케팅 방식이 관철될 수 있도록 주장했다. 왜? '우리' 감자탕집이 더 많은 이익을 내서 더 많은 배당을 받고자.
근데 회계 장부를 살펴보니 문제가 있었다. 식자재를 떼 오는 곳이 바로 사장 아들이 운영하는 식자재 가게였다. 가끔 비싸게 식자재를 사거나 재고를 처리해 주기도 했다. '우리' 감자탕집의 이익이 사장 아들 가게에 흘러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뿐이 아니다. 사장이 가끔 카운터에 있는 돈으로 개인 경비를 쓴다. 사장 차량의 기름값은 항상 감자탕집 운영 경비로 처리해 왔다. 그런데 그 차량으로 가족여행을 가면 그만큼 나의 이득은 줄어든다. 투자자인 나는 나의 권리를 지키고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했다.
그랬더니 최소한 겉으로는 개선되는 것 같았다. 대놓고 카운터에서 돈을 가져가는 일은 없어졌다. 그러나 회계서류를 형식적으로 보완해 가면서 뒤로 빼돌리는 것 같은 심증은 계속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다른 직업이 있는 나는 감자탕집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더군다나 사장의 감자탕 맛은 일품이니.
그 가업승계공제, 나는 반댈세
그런데 그 사장이 죽었다. 사장의 지분은 아들이 상속받았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아들이 직접 주방장을 한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일했던 부주방장이 주방장이 되었으면 한다. 사장 아들의 음식 솜씨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장 아들이 감자탕집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주방장이 될 수 있도록 '가업승계공제'를 통해 꼭 상속세를 면제해 줘야 할까? 사장의 지분을 상속받은 아들에게 매년 이익 배당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주방장이 되는 것에는 반대한다.
만약 그 아들의 요리 실력이나 다른 경영능력이 투자자인 내 맘에 든다면, 그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일 것이다. 아니 사실 맘에 드는 정도가 아니라 특별히 사고만 칠 것 같지 않으면 그 아들이 경영하는 것도 좋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차린 식당이니 주인의식과 카리스마가 더 있지 않을까?
다만 그 아들이 내 맘에 들지 않으면, 사고를 칠 것 같으면, 주방장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요는 감자탕집의 지배력은 지분으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경영능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최소한 그 아들이 감자탕집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 감자탕집은 망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주식회사의 경영자에게 필요한 전문적 능력이 감자탕집 주방장보다 크게 덜한 것은 없어 보인다.
최근 일본과의 경제 분쟁 속에서 노동 문제와 안전규제를 미루는 내용도 거론된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이재용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기사도 나온다. 큰비가 내리면 그동안 쌓아놓았던 폐수를 배출하는 일이 있다. 일본과의 경제 분쟁이라는 큰비가 내리니 노동권, 안전규제, 자기주식 등 지배구조 관련 폐수를 배출하더니 급기야는 상속세 완화논리까지 나온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❶ <아시아타임즈> "[사설] 상속세 완화로 '착한 부자' 많이 만들자는 재계의 고언" 2019.08.12.
❷ 한국경제연구원 <KERI Brief> '원활한 기업승계를 위한 상속세제 개편방안' 2쪽 중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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