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 마트에서 추석연휴 영업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장은미
그런가 하면 추석 연휴에 아르바이트 등 일을 하는 청년들도 있다. 커피전문점 할리스에서 2년 6개월째 일하고 있는 김미지(24)씨는 이미 몇 번의 명절 근무를 경험했다. 노량진에 위치한 24시 카페인 이곳은 명절에도 정상 영업한다. 김씨는 "카페에서 일을 하다 보면 지방에서 올라온 공시생들을 많이 만난다"면서 "연휴에 집에 안 내려가는 수험생들이 공부하러 카페에 많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신정은(24·가명)씨는 "연휴 중 이틀을 근무하기로 근무 스케줄을 짰다"면서 "출근하지 않는 시간엔 하반기 취업을 위해 토익학원에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인·구직사이트 잡코리아가 추석을 앞두고 아르바이트생 765명을 대상으로 한 '추석 연휴 근무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전체의 64.7%가 '연휴에 정상 근무를 한다'고 답했다. 정상 근무의 이유로 매장이나 사무실이 정상 운영한다는 답변이 57.1%로 많았고, '추가수당 등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출근한다'는 답변도 44.6%에 달했다.
롯데시네마 커뮤니케이션팀 홍보팀 우승완 사원은 "연휴 동안 많은 방문객이 찾을 것을 예상하고 근무 인원을 확대하는 편"이라며 "몇몇 직원들은 오히려 고향에 내려가 겪는 명절 스트레스보다 연휴 근무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명절풍경, 어떻게 봐야 할까
달라진 청년들의 명절 풍경은 개인화된 가치관의 변화가 한몫한다. 돈과 시간을 써가며 친척들을 만나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라리 합리적으로 시간을 쓰자는 거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가족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집단적 규범 대신 자기의 사생활이나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개인주의 성향이 젊은 세대의 중심 문화"라면서 "하지만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공동체 기반을 약화할 위험이 있어 우려도 든다"고 했다.
윤 교수는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는 새로운 가족 윤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과 가족 공동체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다"면서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바탕으로 원활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으로는 경쟁 사회로 치달으면서 위로받아야 할 가족 관계가 친족 간 비교 등으로 청년들에게 상처를 주는 면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자리를 피하게 된다.
권경우(49) 문화평론가는 "나 역시도 중년 세대라 청년들의 마음을 정확히 대변한다고 하기엔 자칫 '꼰대'처럼 느껴질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청년들이) 자신의 처지때문에 주눅들고 가족들과의 자리를 피하는 상황이 안쓰럽다"고 했다. 권 평론가는 "주어진 상황들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라 시대적 맥락과 상황에서 오는 것이니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위축되지 말고 이 시기 역시 긴 인생의 한 지점으로 지날 것이니 편히 마음먹고 이 같은 명절도 잘 보냈으면 한다"고 청년 세대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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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죄 지은 사람"... 추석에도 공부하고 일하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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