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는 1920년대 민어 파시가 형성되던 어업전진기지로 사람이 북적였으나 점차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고 인구가 급격히 줄었다.
참여사회
모두의 굴업도를 위하여
중생대 백악기에 화산 폭발로 생성된 굴업도는 오랜 세월 파도와 바다 안개가 빚어낸 기암괴석이 남아 있다. 굴업도 토끼섬의 '해식와(海蝕窪)'는 바다 안개와 파도가 기암괴석을 활 모양으로 깊게 파낸 독특한 형태를 보여준다. 생태적 보존가치가 커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려는 시도가 추진 중이다.
지형적 영향으로 모래가 계속 밀려와 독특한 해안사구가 만들어졌으며, 긴 모래톱이 굴업도를 두 개의 섬으로 나누고 있다. 작은 섬인데도 서쪽은 야생사슴이 살아가는 광활한 초지언덕이 발달하고, 동쪽은 산세가 험한 연평산, 덕물산이 솟아 있어 풍광이 다양하다.
굴업도는 1920년대 민어 파시(波市)가 형성되던 어업전진기지로 사람이 북적였으나 점차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고 인구가 급격히 줄었다. 사람이 거의 없는 외진 곳으로 전락해 1995년 핵폐기물처리장 부지로 지정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 인근에 활성단층이 확인되면서 취소되었지만 이후 굴업도는 모 대기업에서 골프장과 대규모 레저단지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다. 이에 반대하는 주민과 환경단체, 기업 간의 오랜 갈등 끝에 결국 골프장 건설은 백지화된다. 하지만 그 후에도 섬은 방치되었다. 현재 남아 있는 주민들은 소유권을 잃고 집만 점유하며 제대로 수리도 못한 채 민박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굴업도는 생태적 가치와 수려한 경관이 아름아름 알려지기 시작한다. 여행자들은 변변한 화장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낙후한 민박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도 굴업도의 고즈넉함과 독특한 생태, 자연경관에 매료되었다. 근래에는 백패킹 붐까지 더해 넘쳐나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온다.
굴업도의 앞길은 어떻게 될까. 독특한 해안경관을 잘 보존한 모두의 공간으로 남을지, 관광레저단지 개발로 소수의 고급스러운 휴양지로 남을지, 제3의 대안으로 나아갈지 궁금하다. 다만 그 과정에 굴업도에 살고 있는 10여 명의 주민들과 아름다운 소사나무숲, 모래언덕과 기암괴석, 느다시언덕의 사슴과 수크령(벼과의 여러해살이풀), 왕은점표범나비와 애기뿔소똥구리가 삶의 자리를 지키기를 바란다.
굴업도는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덕적도를 경유해 들어갈 수 있다. 직항노선이 없어 배를 갈아타야 하며, 주말 외엔 덕적-굴업 노선이 하루 한 번이라 1박 2일 이상은 머물러야 한다. 섬에는 변변한 가게나 식당이 없고 민박만 서너 군데 있어 민박집에 숙식을 예약하고 출발하는 게 안전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한국의 갈라파고스' '백패커들의 성지'로 불리는 그곳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