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모녀가 남긴 마지막 메모(송파경찰서 제공)
송파경찰서 제공
가난은 왜 '죄송한 것'이 되었을까.
세상을 떠나기 직전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겨야하는 사람이 있었다. 가진 것이 하나도 없고, 가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온통 빚만 가지게 된 사람의 삶은 세상을 떠날 때에도 "죄송한" 삶이 되었다. 온통 죄송함으로 가득 차 있었던 그의 죽음은 죽은 이후에야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감각은 분명 스며드는 것이지만 동시에 뾰족한 것이기도 했다.
가난이 '죄송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감각, 누구도 가난으로 인해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감각, 이것은 다만 이름 없는 사람의 비극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감각, 그렇기에 이 죽음은 사회적인 죽음이라는 감각이 사람들을 일깨웠다. 복지 제도 속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던 한 가족은 그렇게 죽음 이후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았다. 그들의 죽음 이후 사람들은 그들을 '송파 세 모녀'라고 불렀다.
2019년, 아직도 가난해서 죽는 사람들이 있나요?
세상이 한 번에 바뀐다면 우리는 비극 이후의 세상을 고민해볼 수 있겠지만 죽음은 꾸준히 반복되었다. 굶어 죽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희망찬 새 시작을 연 21세기 이후에도 사람들은 굶어 죽었다.
지난 8월 12일, 배고픔을 피해 탈북한 새터민 모자가 굶어 죽었다. 집 냉장고 안에서는 쌀과 반찬 대신 고춧가루만 발견되었다. 수도요금과 전기요금은 몇 달째 밀린 상태였고, 사망하기 얼마 전 마지막으로 인출한 통장 잔액은 고작 3000원 정도였다. 국가 지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들은 여전히 가난하게 살아야 했고, 마땅히 도움을 요청할 공간도 없었다.
그리고 9월 5일,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40대 남성과 그의 가족들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의 집 현관에서는 밀린 우윳값 26만원 고지서가 함께 발견되었고, 그의 옷 안에는 '사채'가 언급된 유서가 들어있었다. 그것은 사회복지의 날 바로 이틀 전에 일어난 비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