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자, 박지원 의원과 악수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박지원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마침 육군의 동성애자 군인 색출 사건이 있었고 여기에 군형법 92조의6이 악용된 상황에서, 성소수자 가족들이 '이성애 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오랜 시간 제도적 차별을 받아온 현실에서 그리고 성소수자를 향한 다양한 혐오와 차별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시점에서 과연 조국 법무부장관이 국민의 인권을 담당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어떤 개혁을 이뤄낼지 불안함이 든다.
청문회 이후 조 장관의 발언에 대해 나왔던 성소수자 단체들의 비판 성명은 단순한 반발이 아니다. 그가 책임자로 앉을 부처는 실질적으로 성소수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다. 나를 포함한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작년 법무부가 발표한 '제3차 국가인권기본계획'에는 이전 정부들에도 담겨있던 '성적 소수자의 인권' 항목이 삭제되어 있었으며 '성소수자(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종교계 등의 이견이 큰 상황'이라는 미온적인 설명이 담겨있었다. 법무부가 더 이상 후퇴할 여지조차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장관이 더 뒤쳐진 발언을 한 셈이다.
아쉬운 점은 지금의 상황이 조국 법무부장관 본인의 후퇴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지금껏 그는 성소수자 인권의 지지자임을 자처해왔다. 지난 2010년 조 후보자는 친구사이가 진행한 '성소수자 인권지지 프로젝트' 인터뷰에서 '행복추구의 핵심 중에 하나는 성적 지향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동성애'가 갑작스레 화두가 된 지난 대선 때, 허프포스트에 실린 글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 사회의 인권지수는 그 사회의 소수자의 보호정도에 달려 있다. 성소수자의 인권이 보호되려면, 국민의식 외에 법과 판례가 바뀌어야 한다. 군인 동성애의 비범죄화, 동성애자의 군복무 허용, 동성혼 또는 시민연대협약 인정, 성전환자 성별정정 등 모두 그러하다. 나는 전직 국가인권위원으로 이러한 변화를 지지하고 있다."
존엄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참담함
당시 발언을 했던 조국 법무부장관이 지금의 본인과 같은 사람일까. 누군가는 말한다. 안 그래도 장관 취임을 둘러싸고 잡음이 많은 상황에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냐고.
하지만 소수자를 포함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지지하는 것은 법무부장관이 가져야 할 중요한 소임이지 애초에 취사선택이 가능한 태도가 아니다. 또한 그러한 소신은 장관 본인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이를 버리고 법무부장관을 하겠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후보자가 '더 크고 중요한 개혁이 있다'는 차별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인가. 그게 아니라면 추구해온 소신과 원칙이 떠나간 자리에 오로지 장관이 되겠다는 의지만 남게 되었다는 의미인가.
나는 세간의 촉망을 받던 지식인에게 고작 저 정도의 평가밖에 내릴 수 없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낀다. 그리고 지지여부를 떠나서 다른 이들도 이 상황이 얼마나 비참한지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질문을 던졌던 박지원 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그가 잘 조직된 교회의 표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이 단지 재선 때문에 그것도 목사의 혐오 선동에 휘둘릴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한다면 당혹스러운 감정이 든다. 아무리 한국 정치에 품위와 존엄이 사라진 지가 오래되었다지만 정당의 대표까지 지냈던 사람이 당장의 이익을 쫓아 그것도 혐오를 부채질 하는 것은 암담한 상황 아닌가.
결국 누군가는 험난했던 정치여정의 마지막을 재선을 위해 혐오세력과 결탁했던 모습으로 끝맺을 것이며 인권을 지지하고 진보를 외쳤던 누군가는 소수자에 대한 원칙과 소신을 버린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될지 모른다. 이게 정말 슬프지 않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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