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를 죽이지 마라"
고기복
명백한 한국사회 인구구조 변화 추이로 볼 때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는 이제 동일한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 차별과 불평등이 이주노동자의 건강의 문제를 발생시켰듯 그것은 모두에게 건강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주노동자도 멸시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면 그 속에서 사는 우리도 건강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주노동자도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1) 의료기관 접근성에 대한 차별을 해소해야
첫째, 의료비 부담 때문에 적기에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하므로 보편적인 의료보장제도를 차별없이 모든 이주노동자들에게 적용해야 한다. 중소 규모사업장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듯이 '건강보험도 당연 적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건강과 질병은 대부분 일과 관련되어있기 때문에 산재보험이나 건강보험이나 같은 문제로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둘째,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역할과 공공의료사업 민관협력을 구축해야 한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취약한 의료보장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는 건강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당장의 현실이 평일 진료가 힘든 이주노동자들에게 지역의료기관과 협력하여 주말 진료를 추진하고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특히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도 안전한 진료라는 인식을 만드는데 지난한 공을 들여야 한다. 또한 공공과 민간의 의료비지원사업에 대한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홍보가 있어야 한다.
셋째, 평일 진료를 허락하도록 고용주를 대상으로 안전보건인지교육, 산업안전교육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2) 이주민 역량강화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통번역 시스템을 만들어야
비단 의료의 영역만이 아닌, 노동, 법률, 생활의 영역 전반에서 '의사소통'의 문제가 이주민의 건강과 삶의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화성지역에서 이주민공동체 지원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사)더큰이웃아시아'에서는 모국인 가족, 친구들을 통해 한국생활의 어려움을 주로 해결하고 있다는 실태조사결과에 근거하여 리더역량강화사업을 통해 이주민 리더(한국 정착에 성공한)들을 양성하고 적정 수준의 활동 수당을 제공하여 상시통역 요원의 역할과 이주민 멘토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사업을 지자체에 제안하였다. 이러한 역할을 기반으로 한 자조(self help) 조직의 구성과 운영은 이주민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정주민에게도 이주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강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장에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화성시 재원으로 이주민 통역 상담원들을 채용하여 의사소통과 취업, 생활고충 등 어려움을 지원하는 사업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주민역량강화사업들에 지역내 의료기관들은 이주민리더, 혹은 통역상담원들의 보건의료분야 전문역량을 강화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3) 이주노동자 공동체는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힘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병원을 찾는 주요 질환 중 하나가 위장관질환이다. 이는 대부분 스트레스로 유발되며 일터에서 한국인 동료나 관리자에게 욕설과 폭언, 멸시를 받으며 일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는 다시 위계적인 노동사회구조에서 비롯되는데 이른바 '구조화된 폭력'이라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야근과 특근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풀 수 없는 경우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을 선택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주노동자의 정신건강문제는 상당히 많을 것이다. 이를 해결할 유력한 방안의 하나는 '이주민 공동체'의 활성화를 통한 이주노동자의 공동체 참여를 높이는 일일 것이다. 지자체와 지역사회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 지원하여 건강한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돕고, 건강과 보건의료 영역에서도 교육사업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기획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더큰이웃아시아'에서는 구체적으로 모임이나 행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와 시설 공간을 적극 지원하거나 동아리 지원사업과 같은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4) '존중과 평등'의 관계를 만드는 지역사회로
이주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받는 차별과 멸시는 국가간 불평등을 심화시킨 세계화에 자본이 만든 위계적인 노동조직 구조, 위험의 이전, 차별적인 노동인권이 버무려진 결과일 것이다.
결국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사회적 관계는 '나보다 낮은' 지위의 사람들이라는 인식, 그것에서 비롯된 모멸감을 주는 언행과 위험을 전가하는 행동들로 나타난다. 이 사회에 층층이 존재하는 수많은 '을(乙)'들은 그것들이 얼마나 인간의 존엄성과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히는가를 몸소 느꼈을진데, 안타깝게도 '차별의 이전'은 구조적으로 반복된다. 그렇다면 이전되는 차별의 구조를 어떻게 깨뜨릴 것인가?
지역사회 수준에서 말하자면 보다 평등한 사회관계를 지향할수록, 서로 존중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수록 그 사회 구성원 '전체'가 건강해진다는 영국의 저명한 사회역학자의 말을 빌려본다. 그리고 평등한 사회관계는 평등에 대한 인식과 평등한 구조를 만드는 과정과 결과에서 형성된다.
먼저 지자체와 지역주민 공동체에서 이주노동자도 동일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닌 사람으로 평등성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로 인식을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문화 사업을 펼쳐내면 좋겠다. 평등성을 인식하는 이러한 사업에 이주민과 정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사회 각 영역에서 차별과 편견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하자는 '(사)더큰이웃아시아'의 고견도 귀 기울여 들을만 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