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 모형이 전시된 조문국박물관 정원.
홍성식
거대한 저 무덤들은 누구의 유택일까
20세기 초반 프랑스 초현실주의 시인이 묘사해놓은 풍경 같았다.
짙푸른 풀밭이 드넓게 펼쳐졌고, 그 위로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거대한 봉분 수백 기가 솟아 있다. 쏟아지는 여름 햇살 때문인지 오가는 사람은 드문데, 도도한 자태를 뽐내는 커다란 소나무 몇 그루가 불어오는 바람에 고대 왕국의 귀족처럼 여유롭게 흔들렸다. 지상의 풍경처럼 보이지 않았다.
의성군 금성면 대리리의 '고분군(古墳群)'은 약칭 '금성산 고분군' 혹은 '대리리 고분군'으로 불린다.
고분이 위치한 지역은 까마득한 옛날 존재했던 조문국의 도읍지로 미루어 짐작된다. 현재의 금성면 대리리, 학미리, 탑리리 일대다. 21명의 왕이 369년간 지배권을 행사했던 조문국.
금성산 고분군은 이 왕국의 대표적 유적지다. 모두 200여 기의 고분이 높이를 달리하며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경덕왕(신라의 경덕왕이 아닌 조문국의 왕)의 능(陵)과 고분전시관 등이 방문자를 기다리고 있다.
고분전시관은 지난 2009년 발굴된 대리리 2호분의 내부를 재현했다. 출토된 여러 점의 유물을 볼 수 있고, 2천 년 전 매장 풍습 중 하나인 순장(殉葬·왕이나 귀족이 사망하면 산 사람을 함께 매장하는 장례법) 문화에 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다.
이곳은 분명 일종의 '공동묘지'임에도 앞서 말한 것처럼 주위 풍광이 빼어나 산책하는 이들은 그 사실을 깜빡깜빡 잊게 된다. 봄에는 작약이 화려한 꽃을 피워 아름다움과 운치를 더한다고 한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잠든 프랑스 파리의 공동묘지 '페르 라셰즈(Pere Lachaise)' 못지않다.
만약 내년 봄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있다면 금성산 고분군 소나무와 작약꽃을 두 사람 사랑의 증인으로 세우고, 고대의 풍광 속에서 사진을 찍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