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품 불매하는 장수사람들
전희식
내가 사는 작은 고을 장수에서도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었다. 불매운동은 우리나라 경제를 압박하는 일본에 민중이 자발적으로 대항하는 것으로, 현재 지역을 막론하고 일어나고 있다.
장수지역의 불매운동 특징이라면 '일본제품 불매하는 장수사람들' 명의로 군청을 찾아가 '친일매국신문 절독 요청서'를 접수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조선일보를 비롯하여 중앙일보·동아일보 등이 끊임 없이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일본 제국주의의 논리를 확산하는 신문이라고 주장했다.
거리행진을 마친 뒤에 농협을 찾아가서는 한국 현지법인에서 공급하는 일본 제품을 취급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서를 내기도 했다. 또,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을 다룬 <주전장>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곧 공동 상영할 예정이다.
장수 지역 일본인들을 포함해 일본 시민과의 우호 관계는 계속하자는 결의도 했다. 일본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군국주의 길을 가는 아베 정부를 반대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최근에는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 안 가기 운동에서 '(가칭)평화의 소녀상 건립'으로 나아가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소녀상은 일본 만행을 규탄하며 전쟁 없는 평화 세상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이 지점에서 몇 가지 사실을 상기하고 싶다. 제주 평화의 마을 '강정'에는 베트남 피에타상이 있다. 내가 회원으로 있는 '한-베 평화재단'에서 세운 것이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의 시체를 끌어안고 흐느끼는 성모 마리아를 형상화한 작품인데, 미국 용병으로 베트남에 간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 만행을 사죄하며 전쟁 없는 평화를 갈구하는 뜻을 담았다.
제주가 전쟁을 불러들이는 미군기지가 아니라 평화를 일구는 도시가 되길 바라는 염원도 담았다. 한국군이 학살한 베트남 민간인은 약 9000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는 보도를 통해 한·일 경제 갈등 속에서도 용기 있게 양심의 소리를 내는 일본인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 양심의 소리는 우리도 내야 한다.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면서 일제의 만행과 우리의 피해만 강조하는 데만 머문다면 전쟁 없는 평화, 남북 화해와 한반도 비핵화는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베트남 파병뿐만이 아니다. 고려의 명장 윤관이 여진족을 토벌할 때나 조선시대 이종무가 대마도를 정벌할 때도 참혹한 학살과 여성에 대한 유린은 있었다고 한다(<거꾸로 읽는 세계사>, 박노자). 이처럼 모든 전쟁은 인간의 야만화를 묵인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평화의'소녀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