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민 로스토리 대표변호사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법률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금융소비자들을 충격에 빠뜨린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해 설명했다.
유성호
"손실 가능성이요? 은행 경영진은 모를 수가 없죠. 몰라서도 안 되는 상황이었고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의 목소리가 높아진 때였다. 그러면서 그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이제는 파생결합펀드(DLF)의 원금손실 가능성을 사람들이 알게 됐지만, 당시 은행 판매자는 아무 생각 없이 팔았을 것"이라고 했다.
해외금리 연계 사모DLF를 팔았던 은행 프라이빗뱅커(PB)조차 투자자들이 맡긴 돈이 몽땅 날아갈 수 있음을 이해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은행 경영진들은 달랐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로스토리 법률사무소에서 만난 홍정민 대표변호사(경제학 박사)는 최근 은행의 권유로 사모DLF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잃을 위기에 처한 피해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홍 변호사가 제시한 소송 착수금은 0원이다. 그만큼 그는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홍 변호사는 "고객 입장에선 브랜드 있는 은행에서 PB라는 사람이 '선진국 국채 연동이고, 안전하다'고 한 말을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빗뱅커도 이해 못할 상품, 어떻게 많이 팔렸나
이어 그는 "그런데 PB 중에서도 신규 PB의 경우 투자권유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도 있고, 자격이 있다고 해서 개별 상품을 모두 이해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홍 변호사는 "그들이 이해하는 건 '이 상품을 많이 팔면 인사고과에 잘 반영된다'는 점뿐이었을 것"이라며 "상품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팔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금리 연동 파생결합증권(DLS)과 DLF 판매잔액은 모두 8224억 원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 우리은행에서 판매된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연계 사모펀드의 경우 만기(9~11월)가 다가오면 투자원금 1266억 원의 95%가 손실될 것으로 예상됐다. 감독당국은 하나은행의 사모DLF에 투자한 사람들도 원금의 절반 가량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금리 연계 사모DLF는 올해 3~6월 동안 집중 판매됐는데, 은행 쪽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1%로 비교적 높았다. 은행은 이를 많이 팔수록 유리했기 때문에 성과지표(KPI)를 통해 상품구조를 잘 알지 못하는 직원들까지 판매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했다는 것이 홍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과 처벌이 은행 경영진에게로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홍 변호사는 "은행에 있는 금융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이미 주요 선진국의 금리 하락 가능성이 예측되고 있었다"며 "분명 이에 대한 중간보고가 있었을 텐데 판매중단·축소 등 조치가 없었다, (경영진의) 불법성이 높다고 보여지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펀드는 미·영 CMS(이자율스와프) 금리나 독일국채 금리가 하락하면 원금 100%를 잃을 수도 있는 상품이다. 투자자들의 원금이 날아갈 가능성이 높아져 은행 내부에서 뒤늦게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더라도 묵인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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