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나무와 열한 가지 이야기> 겉 표지
꿈과 비전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우화다. 글 반, 그림 반으로 모두 열한 가지의 우화를 담고 있었다. 이런 우화는 한꺼번에 읽기보다는 여러 날을 두고 하나하나 되삭임질 하면서 읽는 게 좋다. 게다가 이 여름 나는 새 작품을 집필하고 있었다. 그 작품의 초고를 며칠 전에 탈고한 뒤부터 틈틈이 책을 편 뒤 오늘 아침에야 이 우화집을 다 읽었다.
나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다. 그때는 6.25전쟁 직후로 책이 무척 귀했다. 심지어 교과서마저 없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시절이다 보니 대부분 시골 어린이들은 사실 우화나 동화 같은 책은 읽지 못하고 자랐다.
나는 어른이 된 다음 뒤늦게 이솝우화나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었다. 나는 그때마다 이런 책을 어린 시절에 읽었더라면 내 인생이 훨씬 달라졌을 거라는 그런 아쉬움이 엄청 컸었다.
사실 좋은 우화나 동화는 아무나 쓸 수가 없다. 최소한 쉰은 넘긴 작가, 인생의 산전수전 및 공중전까지 다 치른 이만이 쓸 수 있을 테다. 내가 아는 이영 박사는 한국에서 어렵게 대학교를 마친 다음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30여 년 시카고에서 대학생 선교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어린이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설교자로 하나님을 섬겨왔다.
나는 그의 우화집을 읽으면서 여기에 실린 이 우화들은 저자의 그동안 삶이 농축된 이야기들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이 우화들은 더 강한 울림을 주었다.
이 책의 특징은 한글과 영문으로 이야기를 쓴 뒤 거기에 그림을 곁들여 국내 어린이뿐 아니라, 세계 각지 동포들의 자녀들에게도 들려주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아마도 언젠가 이 책은 아주 귀한 하나님의 복음과 같은 우화로 자리매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이 우화를 읽는 내내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낫다는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가 한때 그를 가르쳤다는 게 이렇게 뿌듯할 수가.
서론이 길었다. 그의 책에 실린 열한 가지 우화 가운데 맨 마지막 우화인 '나뭇잎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열하나 나뭇잎 이야기(Story of Leaves)
땅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나뭇잎들
아름다운 나뭇잎들을 지닌 한 그루의 나무가 있었습니다.
나뭇잎은 서로 얘기했습니다.
자기들의 꿈과 소원들을 얘기했습니다.
모두가 땅을 내려다보며
그들은 저 밑으로 떨어지고 싶지는 않다고 얘기했습니다.
어느 날 한 소녀가 첫 번째 나뭇잎을 따서는
책갈피 속에 간직했습니다.
첫 번째 나뭇잎은 행복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는 내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을 거야."
두 번째 나뭇잎은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온갖 것들을 보고 즐기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바람이 심하게 불 때,
두 번째 나뭇잎은 힘차게 날아서
달리는 자동차 지붕에 내려앉았습니다.
"야호, 신난다!"
두 번째 나뭇잎은 넓은 세상을 돌아다닐 일이
너무나 흥분되었습니다.
차가 움직일 때마다, 두 번째 나뭇잎은 차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온 힘으로 차를 붙들었습니다.
지붕 위로 올라간 나뭇잎
세 번째 나뭇잎도 땅에 떨어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나무를 붙잡았습니다.
눈이 내립니다.
하지만, 세 번째 나뭇잎은 여전히 나무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나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거야."
세 번째 나뭇잎이 거듭 다짐했습니다.
강한 바람이 불어와 세 번째 나뭇잎을
훌쩍 지붕 위로 올려버렸습니다.
세 번째 나뭇잎은 땅에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지붕 위에 갇혀서 꼼짝달싹도 못 하게 되었습니다.
네 번째 나뭇잎이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땅은 더럽고 지저분해 보였습니다.
"저곳에 떨어지고 싶지 않아."
네 번째 나뭇잎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땅에 있는 다른 나뭇잎들이 말했습니다.
"친구야, 걱정하지 말고 이리로 내려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