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에 다녀온 사람들도 빙하기 암괴류라면 잘 알지 못한다. 비슬산 참꽃 축제라면 고개를 끄덕인다. 비슬산 고위 평탄면에 참꽃이 만개한 풍경. 하지만 이곳은 참꽃이 아니라 돌(토르, 너덜겅, 돌강)이 세계적 관상품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만진
어느 고장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대구에도 자랑할 만한 역사 문화유산이 여럿 있었다. 그 중 북경성만큼이나 아름다웠다는 대구읍성, 3천 기나 있어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는 고인돌, 도시 곳곳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던 호수는 이미 잃어버렸다. '잃어버렸다'는 것은 되살려낼 수 없다는 뜻이다.
복원이 가능한 것으로는 공원 또는 동물원 이미지로 추락한 달성토성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동물원과 테니스장을 내보내고 국가 군사 시설다운 정체성을 회복시키면 출중한 사적지의 풍모는 얼마든지, 언제든지 되살려낼 수 있다. 기네스북에 오른 '대구약령시'도 약간의 노력만 보태면 충분히 옛 명성을 되찾게 될 것이다.
없어진 것도 많지만 생생한 것도 많다
대구에는 조금만 복원하면 세계적 자연유산으로 되살아날 빙하기 유적도 있다. 비슬산 빙하기 돌강 유적이 바로 그것이다. 100만㎡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고위 평탄면, 대견사터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장엄한 바위산(Tor), 산 입구에서부터 정상부까지 이어지는 너덜겅(Talus) 및 암괴류(Block stream)와 마주서면 누구나 경탄을 금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