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4대개혁추진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12월 21일, 월드피스자유연합은 또 다른 급조된 조직인 '4대개혁추진국민운동본부(본부장 송재영)', '자유통일연대(공동대표 임은주)' 회원들과 함께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길에서 야당 의원들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박근혜 정부 4대 국정과제 중 노동 관련 정부 법안을 반대하고 있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8명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인영, 우원식, 은수미, 장하나, 김영주, 한정애, 이석현 의원이었다. 월드피스자유연합 등은 이들 야당 의원 8명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한다며 징계요구서도 국회에 제출한다.
하지만 기자회견과 징계요구서 제출에 그치지 않고 추가 행동이 이어진다. 월드피스자유연합은 국회의원 8명의 지역구 8곳을 돌며 규탄집회를 연다. 기자회견을 연 12월 21일에는 곧바로 심상정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도 고양시 의원사무실 앞으로 간다. 그곳에서 "주민 여러분! 심상정 의원에게 정신 차리라고 해주세요. 노동개혁 관련 법안 미상정으로 위기의 국가 경제를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규탄대회를 연다.
다음 날인 22일에는 서울 노원구의 우원식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의원 이름만 바꾼 현수막을 들고 똑같이 행동한다. 이어 23일에는 경기 고양시 서구의 김현미(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24일에는 인천 부평구의 홍영표(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빙자한 시위를 벌인다.
해를 넘긴 2016년 1월 5일에도 이들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박근혜 정부가 제출한 법안 상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국회 앞에서 연다. 1월 21일에는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앞을 찾아가 청와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던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반대하는 자, 낙선한다'는 내용을 적은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기자회견문과 집회내용 검토해준 청와대 행정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월드피스자유연합은 2016년 1월 22일부터는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국민 천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이들이 말하는 '민생구하기 입법'은 청와대가 지목한 4대과제 관련 정부제출 법안들이었다.
서명운동을 전개하던 중인 2016년 2월 21일에 월드피스자유연합 안재철 대표가 허현준 행정관에게 이메일을 하나 보낸다.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국민 서명 국회 전달식'이라는 이름으로 2월 23일에 시위를 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19대 국회 특히 야당은 국회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국가와 국민에게 정면으로 배치되는 도저히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배신행위를 해왔다" 등의 내용이 담긴 기자회견문도 함께 보냈다. 시위 계획과 기자회견문 초안을 받은 허현준 행정관은 직접 기자회견문을 수정해준다.
안재철 대표는 허현준 행정관에게 또 다른 메일도 보낸다.
"비용이 들더라도 피켓 등은 저희가 준비하는데 차질이 없을 것이다."
그러자 허 행정관이 이렇게 답장 메일을 보낸다.
"행사구성란에 '서명부(20만 명 서명 용지)' 이렇게 표기하면 좋을 듯하다."
청와대 행정관이 시위 방법을 가르쳐준 것이다.
20대 총선에 맞춘 야당 낙선 운동도
2016년 3월 9일에도 안재철 대표는 허현준 행정관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옥외 집회신고 접수증을 첨부하면서 야당 국회의원 지역구에서의 집회 시위 계획을 보고한 것이다. 또 3월 20일에도 야당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기자회견' 개최할 것이라며 시위 일정표와 함께 허 행정관에게 보고한다.
이들의 행동은 2016년 4월 13일에 열린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월드피스자유연합은 3월 30일에 총선 출마자 중 야당 의원 28명을 골라 민생법안 반대를 했다며 낙선운동 대상자로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총선을 하루 앞둔 4월 12일에는 허현준 행정관이 안재철 대표에게 먼저 이메일을 보낸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찬동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투표를 독려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총선이 끝난 후에도 이들은 서로 협의하며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이어간다. 4월 17일에 국립현충원 앞에서 열린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서명운동과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해체 촉구 서명운동, 4월 19일에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경제대통령, 안보대통령 박근혜 정부를 신뢰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관제 시위였다.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지방재정개편 방안을 반대하는 농성을 벌이던 이재명 성남시장 등을 비난하기 위해 6월 15일에 연 기자회견도 관제 시위였다.
이런 식으로 월드피스자유연합과 청와대 허현준 행정관이 서로 협의하여 벌인 관제 시위라고 재판에서 인정된 것만도 20여 차례였다.
월드피스자유연합 관제 시위 사건 재판의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