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나무 꽃과 열매.
김현자
산길이나 고궁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산사나무는 봄에 흰색 꽃이 핀다. 여름내 초록색이었던 열매는 이즈음 익기 시작한다. 잠깐이라도 열매를 들여다보면 이 나무에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산사나무를 실물로 처음 본 것은 십 년 전쯤 봄. 주로 산에서 자라는 나무들을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지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노린재나무와 팥배나무, 귀룽나무 등, 그즈음 비슷한 꽃잎 모양의 흰색 꽃을 피운 나무들이 많았다.
한꺼번에 많은 나무를 알게 된 무렵이라 나무 이름을 혼동하거나, 잊기 쉬운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산사나무는 어디서나 단박에 알아보는 나무가 되었다. 열매를 보는 순간 '산에서 나는 아기 사과라 산사구나!', 이처럼 쉽게 짐작되는 이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날 쉽게 짐작되지 않는 이름의 나무들이 더 많(았)다. 한자 표기이거나, 나무를 자주 혹은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알 수 있는 생태 특성, 쓰임 혹은 용도, 주로 자라는 장소, 아마도 이름 붙여질 당시 사람들의 풍습이나 정서와 관련된 말이 들어간 경우 등 다양한 이유로 이름이 붙여졌기 때문이다.
'백일 동안 꽃이 피는 나무라 백일홍나무→배기롱나무→배롱나무'나, '하얀 꽃이 마치 뭉게구름 같아 구름나무→귀룽나무'처럼 애초 그 나무의 특징에 따라 불렸으나 세월 따라 이름이 바뀐 경우도 많다. 이렇다 보니 짐작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