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이천시 신둔면에 위치한 아티아키에서 열린 예술과 건축의 탐험 꿈의학교에서 이상림 공간그룹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김희정
- 대표님의 이십대와 요즘 20~30대 건축가와 다른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많지요. 1980년대에는 회사 대표가 어디를 가자고 하면 군말 없이 따라 갔습니다. 한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똑똑하고 영리해요. 열의도 대단하고 건실합니다. 건축에 대한 접근 역시 다각도입니다. 어디를 가자고 하면 질문부터 합니다. 목적지에 대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이지요. 자기 생각도 확실하게 표현하고요. 뿐만 아니라 건축 작업 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 작업방식 변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건축 방향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는 연필로 건축물 스케치를 했는데 어느 날부터 컴퓨터 한 대가 많은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컴퓨터에 새로운 명령어를 입력하면 컴퓨터가 그것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모아줍니다. 건축물에 필요한 재료비부터 계산을 하고 디자인을 결정해주고 모델을 만들어줍니다.
이것을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라고 하는데요, 건축주 입장에서 편리합니다. 비용도 절감되고요. 정확한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용인시민체육공원은 2009년 공간그룹이 설계한 대한민국 공식 BIM 1호인데요, BIM은 건축계에서 앞으로 계속 활성화 되고 BIM 활용능력은 건축가에게 필수 역량이 될 것입니다."
- 공간그룹이 추구하는 건축 방향이 궁금합니다.
"1세기 로마의 유명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는 '건축 10서'에서 건물이 가져야 하는 세 가지 기본요소로 견고성, 아름다움, 사용성을 꼽았습니다. 공간 역시 건축주와 사용자의 건축물 사용 목적에 맞춰 견고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합니다. 그 건물에서 생활할 사람들의 삶까지 상상하고요. 건축은 사람들의 삶의 공간을 다루는 일이고 아울러 그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사회·문화적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건물이 초고층화 되면서 지진과 태풍 등 자연 재해에 대비해 안전하면서도 아름답고 경제적인 건축물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공간은 건축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며 오랜 세월 경험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BIM과 다양한 분야의 문화 예술을 연계한 건축설계, 디자인, 엔지니어링, 기술관리 등 복합서비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탁월한 건축 실력으로 세계무대에서도 꾸준하게 명성을 이어가도록 노력 중입니다."
- 설계에 참여한 건축물 가운데 기억에 남는 건축프로젝트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중요하지 않은 건축물은 없었습니다. 그 가운데 남극 장보고기지는 남극 내륙 테라노바만에 있는데요, 우리나라 대원들이 남극 연구를 위한 반영구 고정 기지의 첫 번째였다는 데 그 의미가 큽니다.
영하40도, 최대 풍속 60m/초, 에너지가 없고 눈을 낀 거센 바람만 불어오는 황량한 허허벌판에 해양기지 대원들이 안전하고 고요한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고요. 제한된 면적에 기지를 짓고 하얀 눈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먼 거리에서도 식별이 빠른 색상, 기지의 정체성, 추후 대원들 수가 늘어나고 시설이 확장됐을 경우 지속 가능한 공간까지 고려를 했습니다."
- 우리는 대부분 공간에서 생활합니다. 그럼에도 건축에 대해 잘 모릅니다.
"오래전 건축은 권력의 상징, 힘 있는 자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나폴레옹에게는 건축가 장 찰그린과 오스망이 히틀러한테는 건축가 알베르트 슈페어가 있었습니다. 지금 건축은 많이 대중화 돼 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경제와 의식 수준은 높아졌고 주택, 아파트, 전원주택 등 생활공간을 정할 수 있고 원하는 곳에 집도 짓습니다.
그럼에도 건축에 대한 이해와 관심, 폭넓은 시각이 필요합니다. 건축은 사회, 정치, 예술 그리고 인간관계와 윤리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건축은 훌륭한 건축주로부터 시작된다고 하지요. 클라이언트와 많은 사람들은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요청을 하고 건축가 역시 소통을 위한 다양한 장을 열어놓으면 도시는 더욱 아름다워지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