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르 노래하기평화자전거 노래를 부르는 밝은누리 아이들
변택주
울타리를 없애고 정을 나누고 있는 밝은누리 식구들에게 <울타리를 없애야 해>는 아주 익숙한 얘기일 텐데도 잔치에 온 아이들은 이 책을 읽을 때 앞으로 나와 고개를 빼고 책 읽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뒤쪽에서 책도 없이 책에 있는 얘기를 똑같이 따라 읊을 만큼 외웠으면서도 재미있어 했습니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는 얘기가 나오면 싱거워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릅니다. 재미있다고 여기는 얘기는 알면 알수록 더 빠져들곤 합니다. 잔치를 마치고 평화 책꽂이를 바라보던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홉 사람이나 책을 빌려갔기 때문입니다. 꼬마평화도서관이 문을 여는 잔칫날 바로 이토록 많은 책을 빌려가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빌려간 책을 순서대로 적바림하면 <내 말 사용 설명서>, <푸름이야기>, <사랑이 아닌 것이 없다>, <북한 안내서>, <꽃송이>, <민우야 넌 할 수 있어>, <울타리를 없애야 해>, <운동화 비행기>, <랑랑별 때때롱>입니다.
마을찻집 고운울림은 밝은누리식구들이 어울려 사는데서 한 정거장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니 타박타박 마실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꼬마평화도서관 문을 열러 가는 길, 인수동 청수탕 앞 버스 정거장에서 내리라는 말씀에 따라 내렸더니 고운울림 살림지이이며 꼬마평화도서관장인 성희 님과 성혜 님이 반가이 맞이합니다. 꾸밈없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환한 얼굴 절로 웃음이 벙급니다. 여기서 내리라고 한 까닭은 당신들 삶터를 보여주려고 하는 뜻에서 나왔습니다.
이 분들과 나란히 밝은누리 식구 삶터와 아이들 배움터 그리고 마을밥상과 마을 한복판에 있는 마을찻집 마주이야기와 마을서원, 옷가지를 만들거나 고치고 살림을 만드는 공방을 찬찬히 돌아봤습니다. 오가며 만난 아이와 어른들은 여느 도시 사람 낯빛과 달리 하나같이 말갛고 선선합니다. 마을 골목을 우르르 달려가고 몰려오는 아이들은 생기발랄합니다.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요?
여느 도시 아이들처럼 학교수업을 마친 뒤에도 이 학원 저 학원을 오가느라 시달리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대로 뛰노는 이 아이들은 제 뜻을 밝히는데 망설임이 없습니다. 이곳에 사는 아빠는 아이 키우기를 돕지 않습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함께 기르고 온 마을이 나서서 품습니다. 이 어버이들과 몇 차례 얘기 나누면서 '너나들이'란 낱말에 담긴 뜻을 깊이 새길 수 있었습니다.
밝은누리 사람들은 2017년 가을부터 영세중립과 비핵을 비롯한 생명평화라는 말머리를 들고 나라곳곳을 순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을찻집 고운울림에 둥지를 튼 꼬마평화도서관이 더욱 깊이 와 닿습니다.
꼽아보니 '평화'와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도록 하고 싶으세요?' 하는 말머리를 들고 세상에서 가장 작은 평화도서관인 꼬마평화도서관을 열려고 나라 곳곳을 다닌 지 다섯 해를 훌쩍 넘겨 여섯 해째이더군요. '꼬마'라고 하니까 사람들은 흔히 아이들을 떠올려서 아이들이 읽는 평화 책만 있는 도서관인 줄 압니다. 아닙니다.
책이 서른 권 남짓해 책꽂이 하나만으로 꾸미는 도서관이라 모래 틈에라도 들어설 수 있을 만큼 작다는 뜻을 담아 부르는 것이요, 평화풀씨는 참나무 씨앗과 같아서 발을 뗄 때는 아무리 작아도 아름드리로 자란다는 뜻을 담아 꼬마라고 했습니다.
여느 도서관에 견줘 그림책이 많은 도서관이긴 합니다. 어른들은 흔히 그림책을 아기들만 보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갓난이에서 일곱 살배기가 읽는 책이라고 적바림되어 있는 책을 그림을 느끼면서 가만가만 살살 읽어보세요. 책을 덮으면서 와 닿는 것이 아름드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십시일반으로 평화 책 스무 권이나 서른 권을 모아 꼬마평화도서관장이 될 수 있습니다. 꼬마평화도서관을 열면 꼬마평화도서관 사람들이 고른 평화 책을 한 해에 두 번 대여섯 권 보내드립니다. 아울러 평화살림놀이마당도 함께 열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한두 해 책이 쌓이면 다 읽은 평화 책을 다른 곳에 나눠 또 꼬마평화도서관을 빚는데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거듭 이어가기를 한다면 복리 이자가 불어나듯이 나라곳곳에 평화도서관이 그득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 꼬마평화도서관장이 되고 싶은 분은 댓글을 달아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바라지이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가”를 물으며 나라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 들어가는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