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표지
들녘
1989년 6월,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는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워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바로 그때 한 남자가 혈혈단신으로 계엄군 탱크를 막아선다. 탱크가 방향을 바꾸면 남자도 다시 탱크 전면으로 달려들어 탱크를 막았다.
탱크와 남자의 대결은 서너 차례 반복됐다. 결국 탱크는 톈안먼 광장 한복판에 멈춰서고 말았다. 자신의 몸뚱이를 내던진 한 남자의 기개가 무자비한 살육 기계인 탱크를 이겨낸 것이다. 이 극적인 찰나의 순간은 '탱크맨'이라는 제목의 사진으로 전 세계에 타전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탱크맨' 사진에 얽힌 일화는 더 극적이다. 탱크맨을 찍은 AP통신 사진기자 제프 위드너는 시위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당시 톈안문 광장에는 보도금지령을 내린 중국 공안이 외신기자의 카메라를 빼앗는다는 소문이 돌았던 터. 그는 공안을 피해 투숙객으로 가장, 베이징 호텔에 몸을 숨긴다.
마침 필름이 다 떨어진 제프에게 람보 티셔츠를 입은 미국인 대학생 커크가 나타난다. 커크는 제프에게 필름을 제공하고 톈안먼 광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호텔 옥상으로 안내한다. 바로 그때 톈안먼 광장에 탱크맨이 나타나 대학생과 시민들을 살육했던 계엄군의 탱크를 막아선 것이다.
이처럼 제프 위드너의 '탱크맨' 특종은 람보 커크의 공이 컸다. 이 책의 작가 김창길은 람보를 작은 영웅으로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