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지은이 정진원 / 펴낸곳 ㈜조계종출판사 / 2019년 8월 30일 / 값 17,000원)
㈜조계종출판사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지은이 정진원, 펴낸곳 ㈜조계종출판사)는 국어학과 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고전으로 된 <월인석보>를 현대어로 번역하고 있음은 물론 글속에 스며있는 역사와 심리적 배경까지를 되새김질이라도 하듯 낱낱이 새겨가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월인석보>는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을 합쳐서 펴낸 책입니다. <석보상절>은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10개월 만인 1447년 7월 보름에 훗날 세조가 되는 수양대군에 의해 24권의 대작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석보상절>은 석가모니의 '석釋', 족보나 일대기라는 뜻의 '보譜', 상세히 할 경전과 중요한 내용은 자세히 할 '상詳', 중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절약하였음을 '절節'이라 하여 이름을 지은 한글 불경입니다.
아들 수양대군이 만들어낸 <석보상절>을 보고 아버지인 세종이 단숨에 600수에 가까운 노래로 지은 것이 <월인천강지곡>입니다. 이로부터 12년이 지난 1459년, 임금이 된 세조가 돌아가신 부모님과 요절한 아들 세경세자를 위하여 이 두 책,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에서 '월인'과 '석보'를 따 합해서 만든 게 <월인석보>입니다.
책에서는 <월인석보> 원본을 꽤나 여러 장의 이미지로 담고 있으며, 단순한 풀이나 해석을 넘어 이들이 만들어지게 된 역사적 배경, 글자 하나하나에 스미어 있을 심리적 상황까지를 장면으로 그려내듯 묘사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각별했을 아들이 어머니 소헌왕후를 보내야 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세조가 쓴 문장을 다시 한 글자씩 찬찬히 음미하노라면 지금이라도 <석보상절>을 세종과 함께 읽다가 슬픔을 가누지 못해 부둥켜안은 부자가 글 밖으로 뛰쳐나올 것만 같다. 이것이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 겉모습에 가려진 아들 세조의 슬픈 뒷모습의 첫 번째 장면이다.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 60쪽-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 이 둘을 합쳐 만든 <월인석보>는 지금은 생소해진 초기한글로 쓰인 고전이며 불경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학문적으로 제대로 연구하고 해석하려면 국어학자로의 전문성과 불교지식 또한 두루 박학해야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국어학자인 저자가 <월인석보>를 들고 국어 학자를 찾아가면 불교 쪽에서 알아보라하고, 스님들을 찾아가면 국어학자들 영역으로 떠넘기기 일쑤니 <월인석보>를 현대어로 옮기고, 글속에 담겨있는 불교적 의미까지를 새기는 길은 지난했습니다.
책은 국어 학자였던 저자가 불교에 입문하고, 다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을 만큼 매진해 가며 30년 동안 <월인석보> 읊조리고 되새겨 낸 결과물로 <월인석보>가 막 창제된 훈민정음이 널리 알려지고 뿌리를 내리며 정착돼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승되며 발전되는 데 어떻게 기여했음을 손으로 더듬어 가듯 알려줍니다.
국어로 읽는 <월인석보>에서는 세종대왕의 업적과 세조의 인간적 모습이 역력하고, 불경으로 읽는 <월인석보>에는 상세할 것은 상세히 밝히고, 간추릴 것은 간추린 석가모니의 일대기가 담겨있음을 읽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
정진원 (지은이),
조계종출판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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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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