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용 사회적참사특조위 부위원장은 27일 가습기살균제 청문회에서 지난 2017년 10월 18일과 11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고위 임원들이 여의도에서 만나 가습기살균제 현안과 특별법 대응책을 논의한 회의록을 공개했다.
사회적참사특조위
1차 회의에는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SK케미칼 법무실장인 양정일 전무와 불출석한 양성진 전 애경산업 전무 등이 참석했다. 애경산업 쪽에서 작성한 당시 보고서에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검찰과 환경부 내부 동향과 특별법 제정 관련 대응 방안 등이 담겨 있었다.
'형사 관련 모니터링'에는 "검찰도 외부 분위기에 따라 공정위와 같이 수사 압박을 받아 움직일 수 있음, 다만 새로 부임한 형사2부 박아무개 부장검사는 검찰 동향 모니터링중이기는 하나 공정위로부터 자료 등을 받은 것이 없고 당장 조치 취할 계획은 없다고 함"이라고 돼 있고 "살인죄 등 명백히 죄가 성립되지 않는 죄책은 무혐의로 종결하고, 나머지 부분은 환경부 실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돼 있다.
'환경부 실험 관련 모니티링'에는 "(SK) 85배 농도까지는 폐 손상 증세 나타나지 않고 100배로 농도 올리니 특정 증세가 나타나기도 전에 쥐가 사망하였다고 함"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는 두 회사가 당시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 중인 검찰과 환경부 내부 관계자로부터 동향을 파악했을 개연성이 높다.
특별법 개정안 관련해 "개정안 통과 저지 작업은 상임위가 (2017년) 11월 2, 3주차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미리 움직이기보다는 11월 첫 주에 대응 시작하기로 함"이라고 돼 있다. 특별법은 지난 2018년 7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2월 15일부터 시행됐다.
특히 보고서에는 "(AK:애경) 현재 김앤장에 개정안 내용을 비판하는 의견서 작성을 요청한 상태로 이후 김앤장과 함께 야당측 의원 등에게 적어도 올해 안에는 법률이 통과되지 않도록 지연시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고..."라고 김앤장과 더불어 야당 의원 등을 상대로 로비한 정황도 담겨 있다. 이에 SK쪽은 "원보이스(한목소리) 낼 수 있도록 김앤장 의견서 공유 요청"한다.
아울러 애경쪽은 "일부 보수매체 선정하여 개정안에 대한 비판 기사 보도될 수 있게 조치"하고 SK쪽도 "동참 의사 표시"했다고 돼 있어 보수언론 상대 로비에 양사가 힘을 합친 정황도 드러났다.
11월 1일 열린 2차 회의에는 증거 인멸에 공모한 정황도 담겨 있다. '공정위 대응 관련' 내용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SK에 요청한 서류 목록을 열거한 뒤, "SK의 경우 전 그룹사에 WPM(문서삭제프로그램)을 사용 중이며, 이 프로그램은 워드나 한글 문서를 정기적으로 강제 삭제하고 파일이 컴퓨터에 남지 않도록 완전 삭제하는 기능 등이 있음"이라면서 "직원은 별도로 보안 처리되어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파일이 보여지는 USB를 사용"한다고 돼 있다.
특히 SK쪽은 '공정위 내부 문건'을 언급하면서 "2012년 사건은 처분시효 도과되어 더 이상 처분이 어렵다는 내용이 있음"이라는 밝혔다. 아울러 "공정위 움직임 관련, 연내 안건 상정은 그대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됨"이라면서 "사건 조사 TF는 사실상 2011~2016년 조사가 부적절했다는 결론 내놓고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됨"으로 돼 있어, 당시 공정위 내부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 개정안 관련해서도 "양사 단일안이 완성되면 SK에서 작업할 의원 명단을 공유하고 AK(애경)는 겹치지 않는 범위에서 작업 진행. 김앤장은 (국회) 전문위원들을 중심으로 의견 전달 및 설득 작업을 적극 진행하겠다고 함"이라고 돼 있다.
검찰-환경부-공정위 동향 파악해 공유, 증거 인멸 공모 정황도
이에 양정일 SK케미칼 전무는 "현안이 있을 때 애경과 미팅한 적은 있지만 협의체라고 부르진 않았다"면서도 "애경 보고서에 저렇게 돼 있으면 아니라고 말할 순 없다"고 논의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이나 환경부 공무원에게 내부 자료를 입수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양 전무는 "2017년 9월에 이미 기소중지 결정이 나와 검찰 모니터링할 정도 상황은 아니었고, 환경부 실험 결과도 나올 시기가 지나서 자료를 확보했고 언론이나 환경부 장관 청문회, 피해자 간담회 등에서 나온 자료를 취합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예용 부위원장은 "애경은 김앤장 개정안 검토의견서를 토대로 법안 심사 단계에서 통과 저지를 진행했고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접촉하고 SK와 협력해 대관업무를 진행했다"고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