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 공장 노동자로 일하던 20대 초반의 아버지(맨 왼쪽)
이윤기
15년 동안 수많은 남의 집을 지은 아버지
마산 오동동 집이 아버지에게 특별한 것은 생애 두 번째로 장만한 집이었을 뿐만 아니라 1994년에 낡은 집을 허물고 당신 손으로 직접 새로 지은 집이기 때문입니다.
건축 노동자였던 아버지는 당신이 직접 할 수 없는 목수, 전기, 도배 등 몇 가지 공정만 빼고는 모두 직접 시공을 하였습니다. 마침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기다리던 제 동생과 낡은 집을 허물고 작은 2층 집을 지은 것입니다.
오동동 집을 짓는 동안은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처음에 동사무소 담당 공무원이 법 해석을 잘못하여 건축허가를 안 내줬습니다. 오랜 시간 건축노동자로 살았던 아버지는 무허가 건축을 시작했다가 집을 반쯤 지었을 때 뒤늦게 건축허가를 받았습니다. 무허가 단층집을 지으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2층집이 되었는데 다른 집들에 비하면 1층 천장이 유난히 높습니다.
처음 단층집으로 계획하였을 때, 2남 1녀 아이들을 위해 다락방이라도 만들려고 보통 집들보다 천장을 많이 높였는데, 건축 도중에 2층 집으로 허가가 나는 바람에 2층으로 지었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처음부터 2층으로 허가가 났으면 기초를 좀 더 튼튼히 하였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 아버지가 지은 집과 꼭 닮은 집이 한 채 더 있는데, 저희 집이 건축 허가가 나는 것을 보고 옆집은 수월하고 2층 집을 지었는데, 워낙 딱 붙여 지은 집이라 바깥에서 보면 형제처럼 닮은 집입니다.
당신 손으로 직접 지은 작지만 쓸모있고 편리하게 지은 집
아버지가 지은 집은 법적으로는 건축 설계사의 도움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모두 아버지가 계획한 대로 집을 지었습니다. 제가 건축 도면을 직접 본 일은 없지만 아버지 말에 따르면 "다락방이나 지하실은 도면에도 없는 공간"이라고 하더군요. 평수가 작은 집이지만 작은방 아래는 지하실을 만들었고, 1층 화장실과 2층 화장실 천장에는 모두 다락이 있습니다.
지하실에는 오랫 동안 건축 노동자로 일했던 아버지가 평생동안 갖춰 놓은 온갖 건축 도구들이 가득합니다. 주택가에 사는 이웃 사람들은 집을 손 볼 일이 있으면 아버지의 도움을 받거나 아버지의 건축 도구를 빌려다 썼습니다. 주인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지하실에 가득한 건축 도구들은 기름칠이 된 채로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오동동 작은 집은 1층에 거실과 주방 그리고 남동생이 쓰던 작은 방과 화장실이 있습니다. 2층에는 여동생 방과 어머니, 아버지가 쓸려고 했던 안방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어머니, 아버지가 2층 안방에서 잠을 잔 날은 제 짐작으로는 채 100일도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40여년 동안 새벽부터 일을 시작하는 건축 노동자와 노점상으로 살았던 어머니와 아버지의 고달픈 몸은 2층 안방까지 길도 먼길이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2층 안방까지 계단을 올라가는 대신 1층 거실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안방이었습니다. 큰 장농이 있는 안방은 설, 추석 같은 명절이나 되어야 부부의 안방이 되었습니다. 남동생이 대학에 복학하면서 집을 떠났는데 그때부터는 1층 작은방과 거실이 두 분의 안방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