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기념사진전에 전시된 브릭 사진가 이제형의 4.27 남북정상회담 사진
이제형
이제형씨의 작업이 브릭 애호가들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알려진 계기는 지난해 5월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1주년 기념 사진전이었다. 당시 이씨는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문재인 정부의 '결정적 순간' 12장면을 레고로 표현한 사진 작품을 전시해 화제가 됐다.
- 현직 대통령 활동을 다루는 게 부담스러웠을 텐데, 어떻게 전시에 참여하게 됐나.
"청와대 행정관이 먼저 연락했다. 문재인 정부 1주년을 맞아 어린이나 학생들을 위해 레고로 만든 결정적 순간 12컷을 같이 전시하고 싶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고 꼭 하고 싶었다. 촛불정국 때 박근혜와 최순실을 풍자한 브릭 사진을 SNS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게 연결고리가 된 것 같다.
남북정상회담 사진이 가장 힘들었는데, 사진 작업은 지난해 4월 초에 했지만 남북정상회담은 그해 4월 27일에 열려 아직 일어나지 않는 장면을 연출해야 했다. 그때는 보안 때문에 몰랐는데 판문점에서 두 정상이 만나 T2, T3 사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거라고 예상하고 먼저 촬영했는데, 실제 정상회담 장면과 비슷해 소름이 돋았다. 원래 양 정상 모습도 넣으려고 했는데 북측에서 김정은 인형을 만드는 걸 원치 않을 거라고 해 급히 두 정상을 닮은 JSA(공동경비구역) 병사 둘이 악수하는 걸로 바꿨다.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서 작업한 거라 뿌듯했다."
이씨는 지난 7월 남·북·미 3국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셀카를 찍는 가상 장면을 연출해 SNS에 올려 1년 전 두 정상 모습을 넣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 독립운동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난해 10월 사진전을 마치고 바로 기획했다. 지난해 청와대 사진전과 캐논갤러리 단독 사진전으로 대단한 한해를 보냈다. 취미 사진으로 이룰 수 있는 건 다했으니 뭔가 보람 있고 뜻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독립운동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고, 특히 약산 김원봉 작업의 경우 욕을 먹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3.1운동 100주년인 올해가 아니면 다시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작업을 준비해서 올해 4, 5월까지 거의 촬영을 끝냈고 지금도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씨가 주로 작업한 스타워즈나 영화 포스터 같은 '픽션'과 달리 독립운동 프로젝트는 실존 인물과 역사 속 한 장면을 다루는 일이라 역사 고증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씨는 윤봉길 의사가 훙커우 공원에서 던진 수통 폭탄 같은 소품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