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
정부가 지소미아 연장 종료라는 초강수를 두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일본에 대한 신뢰상실이라는 측면이 강하게 작용했다. 일본이 아무 근거 없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시켜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된 상황에서 가장 민감한 정보인 군사정보를 일본과 공유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일방적 조치로 시작된 갈등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화 노력이나 외교적 해결 시도를 거부한 것도 연장 종료 결정의 이유 중 하나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당시 한일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일본이 이를 거부했고, 7월에도 두 차례 특사를 파견했지만 일본 정부는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대화와 타협의 길을 제시했는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21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일본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등 우리 정부 노력에 부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가 이익이라는 건 명분도 중요하고 실리도 중요하고 국민의 자존감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소미아가 파기돼도 이와 별도로 2014년 12월 29일 체결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를 활용해 필요할 경우 일본과의 간접적 군사공유는 계속할 수 있다는 판단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1월 23일 지소미아가 체결되기 전까지 한국이 미국에 제공한 정보를 한국의 허락을 받아 미국이 다시 일본에 주는 방식으로 일본과 군사정보를 교환해 왔다.
"안보 공백 없다"지만... 일본보다 미국 입장에 촉각
평가와 전망은 엇갈린다. 그 핵심 중 하나는 미국이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어디까지나 한·일 간의 문제로 한·미 동맹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번 결정이 향후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 동맹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미국은 지속적으로 지소미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공식, 비공식적으로 전해 왔다. 지난 9일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정경두 국방장관과 회담에서 지소미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22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소미아를 언급했다.
미국의 공식 입장은 아직 조금 모호하다. 한국 정부의 종료 발표 직후 나온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공식 논평은 "한국과 일본이 함께 견해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기를 독려한다"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얼마 후 다시 논평을 냈는데 "문재인 정부가 이 협정을 연장하지 않은 것에 강한 우려와 실망(strong concern and disappointment)을 표한다"고 수위를 높였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22일(현지시각) 오전 "우리는 한국이 이 협정에 대해 내린 결정을 보고 실망했다"고 언급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미국이 국방과 관련한 전략적 파트너로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국이 점차 인도-태평양 방위동맹에서 이탈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최근의 흐름을 보면 동북아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이번 선택은 미국의 방위선을 점점 더 한반도 밖으로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표적인 지소미아 폐기론자였던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소미아 협정이 당장 파기된다 해도 우리 안보에 있어서 큰 손실이나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국방부는 청와대에 지소미아로 인하여 지금까지 얻은 안보상의 실익은 크지 않다고 답변했다"면서 "안보 상황에 대한 면밀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해서 이번에 청와대가 결정한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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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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