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종택 입구.
홍성식
밝아온 다음날 아침. 종택과 분강서원, 강각, 예일당, 명농당, 농암사당까지를 천천히 돌아봤다. 옮겨와 복원한 건물들임에도 고풍스런 분위기와 드러나는 미적 감각은 만들어진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했다.
종택 앞을 흐르는 낙동강과 깎아 세운 것 같은 청량산 적벽이 밀려온 새벽안개와 조화를 이뤄 한 폭의 산수화를 연출했다. 농암이 정2품 벼슬인 '지중추부사'를 마다하고 고향에 머무르고자 한 이유가 짐작되는 순간이었다.
아침 밥상을 앞에 두고 종손·종부와 마주했다. 그들은 종가와 종손으로서의 삶을 조용조용 들려줬다. 두 사람 모두 표정이 더없이 온화했다. 바로 그때다. 농암종택 사랑채 기와에서 부서지는 햇살에 놀란 까치 한 마리가 청옥빛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학봉종택 '불천위'와 만나다
퇴계 이황의 학통을 계승한 성리학자인 학봉 김성일(1538~1593)의 15대 종손 김종길씨 목소리는 겸손했다. 학봉을 포함한 선조들의 행적을 들려주던 종손은 "날이 밝으면 운장각과 사당의 불천위(不遷位)를 꼭 보라"고 조언했다.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에 위치한 학봉종택(鶴峯宗宅)은 들어서는 입구부터가 여타 고택과 달랐다. 깔끔하게 정돈된 잔디와 나무, 거기에 기묘한 형상의 수석까지 즐비한 정원이 방문객을 사로잡는다. 안채와 사랑채, 별채와 사당, 학봉기념관과 유물전시관인 운장각까지 어디를 돌아봐도 먼지 한 점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