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입구역 K안경원
권이민수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인 건대입구역 부근에서 K안경원을 운영하는 K씨는 2018년 10월 건물주와의 재판 후 법원을 나오자마자 뇌졸중으로 정신을 잃고 쓰려졌다.
K씨는 쓰러진 직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신체의 왼쪽이 마비되어 결국 장애 판정을 받게 되었다. 평소 일도 열심이고 취미로 골프나 등산을 즐길 정도로 건강했던 K씨였지만 2015년부터 지속된 건물주와의 갈등이 그의 건강을 앗아간 것이다.
동업자인 H씨에 따르면 "K씨는 건물주와의 분쟁으로 신경을 많이 쓰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또한 H씨 본인도 "심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K안경원은 2013년에 5년 계약을 맺으면서 영업을 시작했고 별 탈 없이 순조로웠다. 그러나 2015년 C씨가 새로운 건물주로 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계약이 만료되지 않았음에도 새 건물주는 인테리어를 새롭게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가게를 비울 것을 종용했다. K씨와 H씨가 이를 거부하자 계약 이전부터 건물 뒤에 설치되어 있던 가건물을 핑계로 건물이 무너질까 염려된다며 소송을 걸어 K안경원을 내쫓으려 했다.
물론 건물주는 인테리어 이후 K안경원을 1순위로 들어올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하긴 했다. 그러나 보증금과 월세는 그대로가 아니었다. 심지어 얼마나 올리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월세와 보증금을 얼마나 올릴 것인지 묻는 H씨 질문에 건물주 C씨는 묵묵부답이었다. H씨는 "우리들이 (가게에) 돈도 투자하고 길도 닦고 굉장히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는데 그걸 생각하지 않고 그저 무지막지하게 내쫓으려고만 하면 우리는 살길이 없다. 같이 살 수 있게끔 건물주가 우리와 대화를 했으면 좋겠는데 일절 없다"며 답답해했다.
처음 소송에서 K안경원이 승소했다. 하지만 계약기간 5년이 지나자마자 이번에는 건물주가 명도소송을 걸어왔다. 점유자가 자진해 건물을 비워주지 않을 때 관할법원에 제기하는 소송을 진행한 것이다. 이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으면 강제로 점유자를 내보낼 수 있다.
건물주 C씨의 대리인에게 K안경원과의 분쟁에 대해 물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정당성이 있으면 법원에 가서 이야기하라"고 했다. 현재 건물주 C씨는 K안경원 뿐 아니라 위에 위치한 헤어숍과도 분쟁 중에 있다.
"싸우고 싶지 않다"
지난해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을 이끌었던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의 한 관계자는 K안경원 분쟁을 두고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건물주가 대화로 풀 수 있는 부분을 활용하지 않았기에 이와 같은 갈등이 심화되었고 결국 한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고 말았다"고 평했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이 공고해진 사회, 그 사회에 기반하여 실질적으로 차등 적용되는 법, 그 법을 등에 업고 자신의 재산권만 보호하고자 하는 임대인, 이 모든 것이 뒤섞여 발생한 것이 K안경원의 사례"라며 "이러한 건물주와 임차상인의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법의 개정과 문화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K안경원 H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줄곧 "싸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처럼 싸우고 싶지 않은 임차 상인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싸움의 장으로 몰아넣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싸움을 멈추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이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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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고 싶지 않다"는 K안경원이 싸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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