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형제들 곁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이윤기
"내가 이렇게 먼저 떠나고 나면 남은 너희 엄마가 걱정이다"
떠나실 때까지 가장 큰 걱정은 어머니를 혼자 두고 떠나셔야 한다는 걱정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떠나고 나면 어머니의 남은 인생을 자식들에게 더 많이 의지해야 하는데, 그런 부담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하였습니다.
"너희 엄마가 혼자서 못하는 것이 너무 많다. 아파트도 아니고 20년 넘은 주택이라서 손 가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내가 떠나고 나면 너희들을 많이 귀찮게 할 거다"라는 말을 여러 번 하셨지요.
평생 건축 일을 해 온 아버지는 웬만한 집 수리를 직접하였고 어머니가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늘 신경써서 관리하였습니다. 봄에 떠날 것을 예감하셨는지, 작년 추석 연휴 기간에 비어 있는 2층에 있던 오래된 세간살이를 모두 정리하도록 하셨습니다. 1톤 트럭 한 대가 넘는 낡은 세간살이들도 그때 정리했습니다.
마지막 집 수리도 그 무렵에 했습니다. 당장 비가 새는 것도 아니었는데, 당신이 살아 있을 때 방수 공사를 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는지 추석 연휴를 끼워 옥상 방수공사를 시켰습니다. 저와 건축자재 판매상을 하는 매제가 여러 날 작업을 하고, 은퇴할 때까지 건축 일을 같이 하였던 후배를 불러 배수관 공사까지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올해 몇 차례 태풍을 지나보내면서 옥상을 살펴보러 올라 갈 때마다 그때 아버지가 이렇게 방수공사를 해두고 떠나서 아무 피해도 없고 걱정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기력이 쇠하여 옥상까지 올라갈 수 없으면서도 고집스럽게 방수 공사를 하도록 한 것도 당신이 떠난 후에 아내와 자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일 겁니다.
아버지가 떠난 지 다섯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아직 아버지의 부재를 잘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아버지가 그만큼 여러 가지 '단도리'를 다 해두고 떠나셨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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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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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을 거부하고 "집에서 죽고 싶다"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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