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수염 하얀색 작은 꽃들이 총총히 박혀 있다.
정명조
야생화 천국
드디어 날을 잡았다. 야생화 보러 가는 날이다. 몇 번의 시도가 비로 무산된 후, 친구의 부름에 일단 접수했다. 전날까지 망설였다. 새벽 예보에 큰비는 없을 거라고 하여 무조건 출발했다.
간단히 김밥만 챙겼다. 곤돌라 매표소에서 본 모니터에는 온통 안개뿐이었다. 설천봉에 올랐다. 조망이 좋지 않았다. 안개로 덮인 상제루를 지나 산행을 시작했다.
잘 정리된 숲속 계단을 올랐다. 야생화 천국이었다.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사진 찍느라 바빴다. 전진하는 속도가 한없이 느렸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추월했다. 비가 간간이 내리고, 바람이 끊임없이 불었다. 꽃이 춤을 추었다.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드디어 느꼈다. 범꼬리, 노루오줌, 꿩의다리, 까치수염, 꽃며느리밥풀 등 이름도 예뻤다. 함께한 야생화 전문가의 설명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풀꽃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