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쿠시마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일본을 압박하려는 카드라고 보도한 조선일보(8/14)
민주언론시민연합
13일 외교부가 일본 정부에 정보 공개 등을 요구하자 다음 날 7개 신문사 모두 보도를 내놨습니다. 그중에서도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서울경제는 이를 정부의 대일 압박 카드라고 소개했습니다. 물론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언급은 그 자체로 여러 의도를 내포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한‧일 갈등과 연계했을 때 문제가 된다며 되레 우리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정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카드로 일 압박>(8/14 김경화 최연진 기자)에서 "일부에선 '국민 건강과 안전'이라는 명분이 분명한 환경 문제가 한·일 갈등과 연계되면 오히려 정치 쟁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한·일 갈등의 전선을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면 안전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며 한국 정부의 대응이 한일 갈등을 확대하는 듯 묘사했습니다.
모든 신문에서 이같이 보도한 것은 아닙니다. 동아일보는 <외교부 이어 산업부도 '일 방사능 오염' 압박 가세>(8/15 김지현 기자)에서 방사능 문제를 제기한 것이 일본을 압박하려는 정부의 방침이라고 소개하면서도 "다만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와 일본의 경제보복 연관성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오염수 처리 문제 등 방사능 문제 제기는 국민 안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위험 저널리즘 관점에서의 보도 필요
그린피스는 지난 1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방사능 오염수 관리 방안이 실효성 없다며 질책하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위기>(1/22)가 그것입니다. 당시 그린피스는 애초에 50년 전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을 건설할 때 비용을 줄이고자 해수면에 가까운 낮은 고도에 지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공언한 오염수 정화 처리 기술이 지난 몇 년간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며 실패했음에도 솔직하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서 묻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값싸고 빠른 방식인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만을 고려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오염수를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점과 철제 탱크를 이용해 오염수를 장기 보관하고 그동안 효과적인 처리 기술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까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전체 뉴스로 대상을 넓혀 봐도 JTBC만이 <정치부회의>(1/23)에서 잠깐 다뤘습니다. 신문 지면에서는 동아일보가 <"일,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111만t 방류계획">(1/23 전채은 기자), 한겨레가 <일본 방사성 오염수 111만t 결국 바다로 흘려보내려나>(1/23 최하얀 기자)에서 다루고 그쳤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어느 때보다 편리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무엇이 지구의 안전을 위협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질병이나 새로운 화학제품, 플라스틱 사용, 유전자 조작, 원자력 사용 등이 그러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위험, 즉 '리스크(Risk)'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를 위해 위험요인과 관련된 정보를 어떻게 사회에서 교환하고 대책을 합의해 나가는지가 중요합니다. 이것을 커뮤니케이션학에선 '위험 커뮤니케이션' 또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라 부릅니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이 위험요소를 사회에서 무엇이라고 정의할 것인지, 또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최대한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경우 전문가들은 기술의 안전성을 말하기 이전에 기술의 위험성을 중심으로 논의를 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나고 일본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원전 사고 뒤처리를 하고 있을 때 한국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넋 놓고 바라보거나 정치 쟁점화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원전에 대한 위험을 공유하고 최대한 알릴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안전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8월 7~1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 지면(*별지섹션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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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보도량보다 더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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