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숲을 곁에 두고 암반에서 한껏 뒤로 물러서서 절묘하게 앉은
농월정. 누마루에 올라 널찍한 월연암과 힘차게 흐르는 물을 보고 있노라니
이름 그대로 가히 달빛을 즐길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숙귀
'좌안동 우함양'이라는 말이 있듯이 예로부터 함양은 선비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가 배출한 다섯 뛰어난 현인, 동방오현(東方五賢)중의 한 분인 일두 정여창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몇 년전 함양에 들렀다가 화재로 전소된 농월정을 보지 못하고 되돌아온 아쉬움도 남은 터, 이번에 상림의 남은 연꽃도 보고 함양 8경중 4경인 화림풍류도 느껴볼 생각이다.
함양에서 가장 화려한 자연의 미를 간직한 곳이 화림동이다. 화림동 계곡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물이 육십령을 거쳐 서상·서하면으로 흘러내리면서 기이한 바위와 못을 만들었으며 풍광이 뛰어난 곳에는 정자가 있어서 우리나라 정자문화의 보고(寶庫)로 꼽힌다. 계곡에는 지금도 농월정, 동호정, 군자정, 거연정 등 고풍스런 정자 4개가 남아있다.
대전통영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지곡IC에서 내려 안의면 농월정국민관광단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농월정교를 지나 계곡으로 내려서자 운동장만큼이나 넓은 암반위에 농월정이 서있다. 주변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산을 이룬 수직 절벽이 계곡으로 이어져 수평의 너럭바위가 되고 암반을 이루었다. 크고 작은 바위가 곳곳에 놓였고 오랜 세월 깎이고 다듬어진 바위의 골과 홈 사이로 물이 고이고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