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보수·진보 원로들이 모인 동아시아평화회의가 12일 오전 11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8.15 74주년 특별성명 ‘한일관계의 위기를 넘어 동아시아의 평화로’를 발표하고 있다.
김시연
'한국은 적인가'라는 일본 지식인들의 아베 총리 비판 성명에, 한국 원로들이 한·일 시민사회가 함께 동아시아 평화를 지키자고 화답했다.
보수·진보를 뛰어 넘는 우리 사회 각계 원로들이 모인 '동아시아평화회의'(좌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아래 평화회의)는 12일 오전 11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8.15 74주년을 맞아 '한일관계의 위기를 넘어 동아시아의 평화로!'라는 특별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성명에는 평화회의 회원 80여 명 가운데 이홍구·고건·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원로 67명이 참여했다.
"한·일 정부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정신으로 돌아가야"
평화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한국과 일본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사실상 최악의 관계를 맞고 있다"면서 "아베 일본 정부가 주도한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과 평화헌법 폐기 노력, 그리고 재무장 공언으로 동아시아 평화는 지금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화회의는 "내년 2020년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의 해인 동시에 도쿄 올림픽의 해로, 한반도 평화와 한일 평화가 함께 증진되어 도쿄 올림픽이 세계인의 평화축제가 되길 소망한다"면서 "한·일 두 나라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과 해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전쟁 책임을 인정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해 지난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총리가 일본이 가해자, 한국이 피해자임을 명시한 공동선언 내용을 상기시키며, "일본 정부는 한국인들에게 가한 고통과 비극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과의 자세를, 한국 정부는 일본인들의 전후 경제발전과 동아시아 평화 기여에 대한 인정과 화해의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일 정부는 앞으로는 갈등대립을 확대하는 자세를 극도로 자제하길 바란다"면서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는 조치들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일 정부가 즉각 직접 대화를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일본 지식인 성명에 공감, 아베 정부는 세계를 실망시켜선 안돼"
이들은 "우리는 지난 7월 28일 발표된 일본 지식인 75명의 성명 '한국은 '적'인가?'에 공감한다"면서 "아베 정부가 새 시대를 이웃나라와의 적대로 시작한다면 일본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며 세계를 크게 실망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시아평화회의는 해방 70주년인 지난 2015년 일본 평화헌법 9조 수호를 위해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아평화국제회의를 계기로 결성됐으며, 고위공직자, 종교계, 학계, 문화예술계, 시민사회단체 출신 원로 8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다만 이번 성명에는 이문열 작가를 비롯해, 박관용·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 일부 회원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부영 평화회의 운영위원장은 "이문열 작가는 우리가 보낸 성명 원고 초안을 열어보지 않았고,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나 박관용·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마찬가지"라면서 "휴가 등으로 접촉되지 않은 회원들은 명단에서 뺐다"고 밝혔다.